드디어 민심이 폭발했다.
지난 주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격분한 국민들의 함성이 청와대에까지 울려 퍼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하야’를 턱 밑에서 외치는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했다.
1987년 6·10 항쟁이후 최대 인파가 운집한 이날 촛불집회에서 이념과 정치성향을 떠나 국가의 기본을 무너뜨린데 대해 모든 국민이 분노했다. 기존의 다른 집회가 찬성과 반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갑론을박이 있었다면 이번 집회는 너무나 달랐다.
6월 항쟁이 학생과 넥타이 부대가 주류였다면 이번 집회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든 시민이 참여, 국민 99%가 1%의 기득권 세력에 대해 분노를 나타냈다,
이번 집회는 이례적으로 광화문 광장을 넘어 경복궁역까지 시민들의 행진이 이어졌다. 법원이 청와대 행진경로에 대해 경찰의 집회 금지통고를 정지시켜 시민들의 행진이 허용됐기 때문이다. 법원이 국민적 여론과 정치적 상황, 성숙한 시민의식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12일 새벽 해산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져 경찰 4명과 시민 26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되고 공무집행방해혐의로 23명이 연행된 것은 집회규모에 비해 평화적으로 끝났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내놓을 수습책이다. 현재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2주 연속 5%로 역대 최저치를 이어갔다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 심지어 박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에서조차 한자리수인 9%로 떨어졌고 전국 29세 이하 연령층에선 지지율이 0%였다. 새누리당 역시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최저치인 17%로 내려 앉았다.
그럼에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자 무슨 구세주나 얻은 것처럼 국면전환을 꾀하고 국정주도권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 집회를 통해 두차례의 대국민 사과, 청와대 측근 경질, 야당 출신 국무총리후보 내정, 다시 국무총리 추천권 국회 이양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백약이 무효임이 드러났다.
여기에 새누리당 비박계의원들의 2선 후퇴 압박과 새누리당 해체 요구, 이번 주중 예고돼 있는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 등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청와대는 한광옥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한 채 수습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국민의 준엄한 뜻을 아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무서운 민심을 달랠 수 있는 묘책을 쉽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박 대통령은 그간 국민적 분노에 맞서 ‘찔끔 후퇴’만 거듭해 화를 더 키웠다. 이번 주가 정국수습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이 납득할 수습책을 제시해야 한다. 무엇이 국가와 민족을 살리고 자신도 살 수 있는 길인지 국민 앞에 진솔한 답을 내놔야 한다. 그 답은 대통령 취임 선서문에 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해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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