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휴일·연가 감안하면 출장 핑계로 1년 중 단 1일도 사무실 안 지켜

▲ 동양일보가 정보공개청구로 수집한 전공노 충북본부 시·군 지부장들의 최근 3년간 출장 내역 자료 분석결과 지부장들의 출장이 근무일수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출장을 내세워 시위 참가 등 법과 복무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드러났다.

충북 시·군지부장 최근 3년동안 근무일 평균 143일간 출장  
 1년 중 13,16일만 사무실 앉아있던 지부장도 두 명이나
‘근무시간 시위집회 참여 불허 규정 위반’ 단체장들 묵인
 업무공백 다반사… “주변선 상관 모시는 것 같아” 비아냥

 

(동양일보 특별취재팀) 법외노조인 전공노 충북본부 8개 시·군 지부장들의 근태상황은 한마디로 자기 멋대로다. 출장을 밥 먹듯 해 가며 근무를 소홀히 해도 노조지부장이라는 이유로 어느 누구로부터도 제지를 받지 않는다. 

동양일보가 이들 시·군 지부장에 대한 최근 3년간 출장내역을 정보공개청구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2015년) 근무일수의 평균 39.2%에 해당하는 143일을 출장갔다 온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상 6년 이상 재직 공직자는 연간 최대 21일(+2)의 연가를 쓸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부장 대부분이 근무일보다 출장일수가 더 많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A 지부장의 경우는 특히 심하다. 주거환경과 공사감독 등 건축행정을 이유로 지난해 224일간 출장을 다녀 온 그는 법정공휴일과 최대연가일수 등을 감안하면 1년 365일 중 단 하루도 온전하게 근무한 적이 없다. 오히려 1년 365일 중 367일을 출장 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근무행태를 보여줬다.

B 지부장은 과세자료 수집 및 세무조사 대상법인 현지조사 등을 빌미로 209일의 외부출장을 다녀와 법정공휴일과 최대 연가일수 등을 빼고 나면 단 13일만 사무실에서 근무했다.

C 지부장도 금연지도단속 및 건강관리사업, 행사지원 등을 이유로 206일의 출장을 다녀왔고 법정공휴일과 최대 연가일수를 빼면 1년에 16일만 내근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상 출장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일부 노조지부장들은 법정공휴일(120여일)과 연가일수(21+2일)를 제외하면 1년에 보름정도만 사무실 근무를 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문제는 일부 법외노조 지부장들이 공무원 복무규정을 위반하고 외부 출장을 내놓고 각종 시위집회에 참가, 동조투쟁에 나선다는 점이다.

행정자치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이 근무시간에 시위·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상황은 다르지만, 행자부는 지난 12일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및 공무원노동자 총력 투쟁결의대회를 앞두고 각 기관에 복무관리 철저를 기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행자부는 이 공문에서 “각급 기관에서는 공무원단체 활동이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기타 법령에 저촉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소속 공무원들의 복무관리에 철저를 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지부장들은 직무 특성상 외근이 많아 공무상 출장을 다녀온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연가를 내지 않고서는 평일 집회현장에 참여한 적이 없으며 주로 주말에 집회현장을 찾는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들 지부장들의 해명과는 달리 동양일보가 일부 지부장들의 출장일 시위·집회 관련 언론보도를 일일이 대조한 결과 C 지부장은 2015년 3월 25일과 26일 각 7시간동안 ‘건강관리사업 추진’을 빌미로 공무상 출장을 신청한 날 새정치민주연합 공무원연금개혁특위 강기정 의원을 만나고, 전교조 충북지부와 함께 새정연 충북도당을 항의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C 지부장은 또 2015년 7월 1일 ‘금연지도단속 및 건강관리 사업 업무추진’을 이유로 7시간 30분동안 공무상 출장을 달아놓고 당일 오전 11시30분 충북도청에서 열린 ‘AI(조류독감) 살처분 공무원 강제동원 중단’ 촉구 기자회견장에 얼굴을 내 밀었다.

이처럼 전공노 지부장들이 공무상 출장을 내세워 집회·시위 현장에 참석할 수 있었던 데는 비교적 외근이 자유로운 부서에서 근무하는 것도 한몫했다.

그래서 일부 공직자들은 이들이 외근이 자유로운 부서를 의도적으로 자원해 출장을 달아놓고 시위·집회에 참가, 동조투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전공노충북본부 소속 8개 시·군 지부장의 현 근무부서를 확인한 결과 비교적 외근이 자유로운 민원실, 환경사업소 발전기 유지관리보수, 건설교통과 차량·건설기계관련 과태료 징수, 주민복지과, 경제과 노정업무, 보건소 건강관리팀 등에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선 노조지부장 출신이 인사담당 팀장으로 앉아 있으면서 후임 지부장의 인사를 좌지우지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한 자치단체 관리자는 “온전히 자리에 앉아 있는 날이 거의 없고 거의 매일같이 출장계를 내고 외부로 나돌아 사무실 분위기가 썩 좋지 않다”며 “그렇다고 대놓고 지적을 할 수도 없고, 부서 내 또 다른 상관을 모시고 근무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며 노조간부의 비정상적인 근무행태를 강하게 질타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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