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면조사 원칙 전달…박 대통령 '결심' 최종 변수

(동양일보) 대한민국 68년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게되면서 청와대 '안가'(안전가옥)가 유력한 조사지로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정치권과 사정당국에 따르면 '최순실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부장검사)는 최씨 구속기소 시점 등을 고려해 이달 16일까지는 박근혜 대통령을 대면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청와대에 통보했다.

검찰은 민정수석실을 통해 이런 입장을 밝히면서 반드시 대면 조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전달했으나 장소 등은 협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고 한다.

청와대는 검찰의 조사 방침 통보를 받고 나서 청와대 또는 기타 국가 기관이 관리하는 청와대 부근 안가를 조사 장소로 제안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협의 차원은 아니지만 검찰 측에 안가 조사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가는 청와대나 국가정보원 등 정부기관이 비밀 엄수 내지 보안 유지 속에 업무 처리가 필요한 회의, 업무, 접견 등에 쓰는 공간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가장 여러 개가 운영되다가 문민 정부 들어 대거 철거됐으나 현재도 삼청동 등 청와대 부근에 몇 개가 남아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 조사를 적기에 성사시켜 최씨 의혹 사건에 관한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에서 장소 문제를 두고 불필요하게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워 조사 시기를 놓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류가 우세하다.

아울러 대통령이 내란·외환죄가 아니고서는 재직 중 형사소추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조항을 둔 것이 수사 기관의 압력으로부터 대통령의 통치 행위를 최대한 존중하기 위한 취지라는 점도 검찰의 고려 요소가 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박 대통령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나와 조사를 받을 경우 경호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양측 모두에 부담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청와대가 안가를 조사 장소로 제안한다면 검찰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일단 있어 보인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일정, 변호인 선임, 조사 준비 상황 등을 고려해 15일까지 검찰에 조사 수용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다만 조사 장소 문제와 관련한 막판 변수는 악화한 국민 여론이 될 전망이다.

지난 12일 박 대통령의 사과와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6월 항쟁 이후 최대 인파인 100만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26만명)이 운집한 것이 단적으로 보여주듯이 국민의 철저한 진상 조사 요구가 거센 상황이다.

비록 헌법상 특수한 지위에 있는 대통령이라고 해도 검찰청사가 아닌 제삼의 장소에서 조사를 받는 데 대해 여론의 반응이 어떨지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

조사 장소 결정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 자신의 결심에 달렸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4일 대국민 담화에서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만일 자청한다면 조사 장소가 검찰청으로 정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태다.

검찰 주변에서는 조사 장소로 안가 외에 검찰이 지난 10월29일 청와대 압수수색을 진행했던 장소인 연무관도 거론된다. 연무관은 청와대 옆에 있는 별도 건물로 경호실 등에서 체력단련을 공간이다. 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있던 한국금융연수원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조사를 앞두고 조서에 담을 신문 사항을 정리하는 등 막바지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검찰은 검찰청이 아닌 곳에서 조사가 이뤄질 경우 검사장인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연수원 21기)이 검사와 수사관들을 이끌고 방문해 박 대통령과 간단한 인사를 하고 나서 조사를 진행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직접 조사는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을 맡은 이원석 중앙지검 특수1부장(연수원 27기)과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조사해온 한웅재 중앙지검 형사8부장(연수원 28기)이 각각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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