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중대한 결단이 임박했다. 이제는 더 이상 고민해야 할 시간도, 뒤로 물러설 공간도 없다.
지난 12일 서울 도심에는 국민 100만 명(주최측 추산, 경찰추산 26만 명)이 쏟아져 나와 촛불을 들었다. 1987년 6월 국민항쟁 이후 최대인파였다. 촛불집회로도 역대 최대 규모여서 국정농단 사태를 보는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했음을 드러냈다.
충북지역에서도 촛불집회를 위해 상경한 규모가 1만여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당원 1000여명과 국민의당 충북도당 당원들도 서울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충주와 제천·단양·보은·옥천·영동·음성·진천·괴산 등 도내 각 지역의 사회단체들도 상경해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청주역과 오송역의 서울행 기차편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모두 매진됐다. 서울로 향하는 청주 시외버스터미널과 고속버스터미널의 버스편도 대부분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지역 변호사들도 비선실세 논란에 대한 시국선언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11일 오전 청주지방검찰청 정문에서 시국선언을 통해 헌법이 무시되는 현 시국에 변호사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에게 나온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을 농단한 헌정유린의 실체를 밝히는 철저한 수사를 요구한다며 밝혀진 사실에 대해서 성역 없이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순실 파문’ 불똥은 충북에도 튀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박근혜 대통령 외가인 충북 옥천의 고 육영수 여사 생가를 찾는 방문객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옥천군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이후 20일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명 가깝게 감소했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가 육 여사 생가 방문객 감소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이 2014년 7월 다녀간 이후 ‘박 대통령 마케팅’으로 특수를 누렸던 청주 서문시장 내 삼겹살거리도 지난달 매출이 크게 줄어드는 등 유탄을 맞았다.
식당들은 내부 벽에 걸어놓았던 박 대통령 방문 기념사진을 떼어냈다. 손님들이 박 대통령 사진에 거부감을 드러내서다.     
세종시 등 전국 주요 도시는 물론 해외에서도 촛불은 교포들의 손에 타올랐다. 이들의 외침은 하나로 귀결됐다. 박 대통령의 퇴진이었다. 박 대통령에 대한 5%의 지지율이 주권자인 국민의 행동으로 고스란히 체현된 것이다. 이 준엄하고 도도한 민심을 직시해야 한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르면 16일 전후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조사 일정이 확정되면 박 대통령은 68년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다.
이런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분노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지난달 24일 최순실 국정농단의 실상이 드러난 이후 20일간 박 대통령의 대응은 민심의 기대치를 한참 벗어났다. 두 차례 있었던 사과는 국민의 실망과 분노만 키웠다. 국회와 상의 없는 일방적인 총리 후보자 지명은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부채질했다.
국회가 추천한 총리에게 권한 이양은 물론 민심이 요구하는 하야와 조기대선 등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원점에서 검토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결정을 신속하게 내려야 할 때다. 박 대통령은 올바른 판단으로 국정혼란을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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