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 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나쁜 점만 물려받았다”
노구(老軀) JP(90·김종필·전 국무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충격 발언을 했다. 그의 발언은 당연히 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민감한 반응을 불러왔다. 박 대통령의 사촌형부라는 특수한 관계가 국민들의 마음을 더 미묘하게 자극했다.
사람들은 그의 거침없는 일갈과 폭로에 대해 놀라와 하면서도 박 대통령 가(家)와의 인연, 이 난국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그의 입에서 나온 폭탄 발언이 과연 적절하냐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현대 정치사의 산증인인 JP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입을 연 것은 지난 3일 서울 청구동 그의 자택에서 시사저널 경영진과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5·16을 주도한 JP는 그 누구보다도 박 대통령을 잘 아는 사람중 하나다. 그래서 그의 말 하나하나에는 촉(觸)이 설 수 밖에 없다. 
JP는 박 대통령 하야 가능성을 제로(0)로 봤다. “하야? 죽어도 안해. 5000만 국민이 달려들어서 내려오라고, 네가 무슨 대통령이냐고 해도 거기 앉아 있을 게다. 그런 고집쟁이야. 고집 부리면 누구도 손댈 수가 없어. 안 고치면 불행한 사태 계속되지. 지금의 엉터리같은 나랏일이 계속되지. 하지만 (대통령직을) 절대 그만두지 않습니다. 무슨 짓을 하든 그 고집이 그래.”
JP는 박 대통령이 자신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겠냐는 물음에 “아이고, 나를 개똥으로 아는데 뭘. ‘니까짓 게 나이나 먹었지 뭘 아느냐’ 그 정도야. ‘저보다 더 잘 알고 더 경험을 가지고 나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니 어쩌겠나”고 했다.
지난 대선때 지지를 부탁하기 위해 청구동을 찾은 박 대통령이 자신을 ‘총재’라고 불렀다면서 “형부라고 부를 정도로 정서가 정돈된 여자가 아니야. 그냥 총재라고 불렀어. 아내(박영옥)가 죽었을때도 잠깐 묵념을 하더니 그냥 와서 나를 보고는 앉았다가 갔어. 한마디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야. 저 혼자만 똑똑하고 나머지는 다 병신들이야”고 힐난했다.
JP는 박 대통령과 최태민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최태민이라는 반 미친놈, 그놈하고 친해 가지고 자기 방에 들어가면 밖에 나오지도 않았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아침부터 깜깜할 때까지 뭔 얘기를 하고 무슨 짓을 하는 지 모르지만. 오죽하면 아버지가 정보부장 김재규에게 ‘최태민이란 놈 조사해봐. 뭐하는 놈인지’ 그랬을까. 김재규가 아버지 지시라고 했더니 ‘맘대로 해 보라’며 고함을 지르고 야단을 쳤어요, 아버지한테 찾아가서 울고불고 난리를 부렸지. 그랬던 사람이 지금 대통령이다. 우습지 뭔가”
JP는 그러나 자신이 최태민 애가 있으면서 무슨 정치를 하려고 하냐고 말했다는 루머에 대해선 벌컥 역정을 내면서 “무슨 말이야. 내가 그런 말을 할 리가 있나”고 부인했다.
특히 그는 ‘육영수 신화’를 조작이라고 주장, 그를 숭모하는 국민들을 충격속에 몰아넣었다. 그는 “그 엄청난 고집을 아버지(박정희), 어머니(육영수)에게서 물려받은 박근혜야. 육 여사의 이중적(二重的)...”이라며 말을 이었다.
“내가 미국 보병학교에 유학갔을 때 집사람이 딸(예리)을 낳았는데 돌봐줄 사람도, 쌀도 없으니 굶었대. 그걸 보다 못한 박종규(나중에 청와대 경호실장)가 제 고향에 내려가 쌀 한가마를 가져다 줘 끼니를 때웠다는구먼. 그래 이게 될 법한 소리야? 육 여사가 산모더러 밥 먹었냐고 물어보지도 않더래”
JP는 계속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 보고 해석하면 백번 틀려. 오죽하면 내가 미국에서 돌아와 난리를 쳤겠어, 남도 아닌 당신네 조카딸 아니냐고. 자기는 밥 먹는 소리 내면서 애 낳고 굶고 있는 산모한테 그럴 수 있냐고 막말을 했어. 말 한마디 못하더군. 남에 대한 배려가 없어. (불우한 사람 돌본다는) 그거 대통령 부인이라는 이름에 맞게 행동하는 것처럼 꾸민 거여.”
이쯤 되면 할 말이 없어진다. JP의 말이 사실이라면, 온화하고 자애로운 어머니상의 상징이었던 육 여사를 국모로 받들던 국민들은 닭 쫓던 개란 말인가.
JP는 집에 찾아온 고향 후배와 농담 삼아 한 말을 기사화한 시사저널에 대해 법적대응하겠다고 한다. 아무리 농담이래도 가릴 것은 가려야 한다. 정치 10단인 노정객이 전후사정 따지지 않고 기자 앞에서 마구 말을 했다면 그건 계산이 깔렸다고 밖에 볼 수 없다. 
JP는 박근혜가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 결과적으로 역사에 남을 큰 우를 범했다. 이번에 농담 삼아 한 얘기를 그때 해 국민들이 박근혜 실체를 알았더라면 100만명이 거리에 나와 분노를 표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난국에 일말의 책임이 있는 JP가 식물대통령을 확인사살한 꼴이다. 그것도 뒤늦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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