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은정
순복이 할아버지가 위태롭게 타고 가시는 자전거 뒷자리엔
말갛게 벼린 낫과 숫돌이 고물줄에 댕댕 매여 반짝거렸다
저리 한 가지 생각으로 환하게 따라 붙는 바람은
나보다도 먼저 있었을 것인데
나는 늘 보면서도 낯이 설다
천천히 가는 길이 무섭더라
빠른 길이야 목적이 없으면 헤매는 길이겠지만서도
천천히 가는 길은
틀림없이 가는 길일진대
논길 저 끝에
점으로 서 있기가
힘이 들텐데
△시집 ‘바람의 결에 바람으로 서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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