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가 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검찰은 최순실(60)씨의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공소장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부분을 적시했다.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직권남용 등 혐의에 대한 피의자로 입건하면서 국정농단 사건의 ‘몸통’으로 드러난 것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을 향한 국민적 하야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7),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을 20일 구속기소 하면서 이들이 박 대통령과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헌법에 규정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때문에 기소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계속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계기로 야 3당들의 박 대통령에 대한 퇴진요구에 탄력이 붙어 국정농단 파동은 최대 분수령을 맞이하게 됐다. 새누리당 비박계도 박 대통령 탄핵에 적극 동조하고 나서 국회에서의 탄핵안 통과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야당 대권주자 8인은 이날 비상시국정치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의 범죄사실이 명백하고 중대해 탄핵사유가 된다는 점을 확인하고 국민적 퇴진운동과 병행해 탄핵추진을 논의해 줄 것을 야3당과 국회에 요청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또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국민의 뜻에 따라 박 대통령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체결,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등 국정 현안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즉각적 내·외치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검찰 수사 결과에 크게 반발하면서 국정추진을 강행한다는 방침이어서 정국은 꼬여만 가고 있다. 청와대는 ‘인격살인에 가까운 유죄 단정’, ‘상상으로 지은 사상누각’이라며 검찰 수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0다. 검찰의 직접 조사는 거부하고 특검에는 응하겠다며 사실상 시간벌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헌법상 법률상 대통령의 책임유무를 명확히 가릴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논란이 매듭지어지길 바란다”고 말해 정치권을 향해 차라리 탄핵절차를 진행해 줄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이같은 청와대의 버티기 내지는 반격에 등 돌린 민심이 되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로 민심은 더 참담하고 악화됐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떠나 피의자 대통령을 바라봐야 하는 국민들의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여·야 3당 원내대표와 만찬회동을 갖고 탄핵을 포함해 가국내각 구성 등 수습책 마련에 나섰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친박계가 국면전환을 위해 보수층 결집을 시도, 반격하려 한다면 결코그들 자신이나 나라를 위해 도움이 안된다.
이제 여든, 야든 정치권은 앞으로 벌어질 박 대통령 리더십의 공백을 메울 국회 차원의 수습책을 제시해야 한다. 여·야 잠룡들도 정치적 이해득실에만 몰입하지 말고 무엇이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길인지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정치적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어수선한 사태가 장기화되면 국론 분열이 심화되고 물리적 충돌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어차피 박 대통령은 민심을 떠났다. 국가적 혼란을 막는 것은 정치권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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