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갈꽃에 햇살을 가두고 있는
강가에 한참을 서 있다
이 강에 들리던 울음은 몇 번이나
강바닥을 뒤집었는지 가늠할 수 없다
한 줌의 시간을 조금씩 놓으며 바삭 꿈을
풀어내는 음표에는 젖은 소리가 있어
한참을 걸어왔다 모래알의 산란에는
아직도 추억이 각이 나 있다
곤충들은 이곳에 가벼운 무덤을 짓는다
아직도 못다 한 노래가 있는지 모른다
둥글게 굽어진 물길에
가을의 이마에 상처가 깊다
함부로 닿을 수 없음이 만든 흔적
갈 수는 있는가 아무 대답이 없다

가물가물 보이는 빌딩은 단추를 잠그고
불을 밝힌다 내 마음의 여울에 
싱싱한 젊음이 저만치 흘러가고 있다
아무도 나에게 물길의 끝을 말해 준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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