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고3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놓고 교육청과 일선학교가 고민에 빠졌다.
수능을 마친 청소년들은 심리적 긴장감에서 해방돼 성인에 대한 호기심에 이끌려 음주와 흡연, 유흥업소 출입이나 아르바이트를 핑계로 탈선의 유혹에 빠져들기 쉽다.
이와 함께 다음 달 정시모집을 준비하는 학생들에 대한 관리 또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일 계속되는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촛불집회에 학생들이 대거 참가하면서 학생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9일 대전과 충남·북 등 전국 곳곳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참가자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대전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 타임월드 앞에서 열린 시국대회에서 동대전고 3학년 김정화양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알았지만 그동안 수능 때문에 나오지 못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자기 잘못을 모르는 것 같아 친구들과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올해 수능을 본 52만여 명의 고3 학생들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고 7만6000여명의 재수생들은 수백명의 희생자를 낸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과 같은 나이기 때문에 ‘세월호 세대’로 불린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특혜 등을 바라보는 수험생들의 불만이 어느 때보다 커 이들이 대거 시위현장으로 몰려나온 것이다.
대학들이 수시모집 최종합격자를 속속 발표함에 따라 진학할 대학이 이미 결정된 학생들도 적지 않아 이들이 앞으로 열릴 촛불집회장으로 더 많이 향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학교는 이번 주 고3 학생들의 기말시험을 예정하고 있지만 이 역시 2~3일의 시험기간이 끝나면 생활지도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은 수능 이후 일선 고등학교에서의 고3 학생들의 학사운영과 관련해 ‘운영의 묘’를 살려줄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통상 수능이 끝난 이후 오전 수업을 마친 뒤 조기 귀가 시켜오던 평년과 달리 올해는 도교육청이 정상적인 학사운영을 주문하면서 일부 학교에 혼선이 빚어진데 따른 발언이다.
충북도교육청이 도내 일선 고교에 수능시험 이후에도 수험생들에 대한 정상적인 학사일정을 진행해 줄 것을 주문하는 공문을 발송, 각 학교에서는 수험생 관리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상태다. 
김 교육감은 오전에는 학교단위로 자체계획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오후에는 개인이나 그룹별 과제들을 이행하는 식으로 운영하면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그는 일선 학교에서 평소에 하지 못한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학생들의 잠재력이나 꿈, 비전을 찾아보는 유연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가 됐다고 주문했다.
수능을 마친 청소년들에게 인생의 새로운 장이 시작된다는 걸 가르쳐 주고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과 능력을 소중히 생각하고 이를 인정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자칫 수능시험의 긴장감 해방과 연말 분위기에 휩쓸리고 탈선으로 이어져 우리 사회의 희망인 청소년들이 한 순간 나락으로 추락하는 일이 없도록 학부모 등 사회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때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