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 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대한민국 국정이 이처럼 엉망이고 혼란스럽게 된 것에 대한 설명은 이 한마디면 ‘끝’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
지난 15일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에 대비해 유영하(54)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유 변호사는 원조친박이다. 2004년 검찰 복을 벗으면서 정치에 뛰어들어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을 보좌하기 시작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경선때는 박 대통령을 도왔고 2008년 총선때는 경기 군포에서 출마하자 박 대통령이 변호사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할 정도로 챙겼다. 2010년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었던 박 대통령 법률특보를 지냈고 2014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
유 변호사는 유난히 정치 복(福)이 없다. 2004년 검찰에서 나오자마자 출마한 총선(경기 군포)에서 낙선했고 2008년과 2012년에도 연속 고배를 마셨다. 지난 4.13 총선때는 친박 공천심사위원회가 서울 송파을 지역에 단수 추천했으나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공천추인을 거부하는, 이른바 ‘옥쇄파동’으로 출마하지 못했다. 17, 18, 19대 낙선· 20대 좌절로 요약된다.
유 변호사는 한때 박 대통령의 올케 서향희 변호사가 대표로 있던 법무법인 새빛에 몸을 담기도 했다.
유 변호사는 지난 6월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은 뒤 상고해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로 시장직을 유지하게 된 권선택 대전시장의 변론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민주당 소속의 권 시장이 뼛속까지 친박이자 새누리당 사람인 유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사실이 더 아이러니하다.
자신을 변론할 최적의 변호인을 선임하는 것은 전적으로 당사자 몫이다. 법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변호인을 선임하는데 제3자가 콩이니, 팥이니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그렇지만 대통령 변호인이라면 누가 봐도 좀 그럴듯한 변호사가 선임돼야 하지 않을까.
박 대통령 변호인인 유 변호사는 1995년 창원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청주지검, 인천지검, 서울지검북부지청(현 서울북부지검)을 거쳤다. 검사 경력 10년에 불과하다.  
유 변호사는 짧은 검사 시절과 정치인이자 변호사 시절을 거치면서 숱한 구설에 올랐다. 미국 교도소까지 찾아가 BBK 김경준의 기획입국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받고,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범인을 변호하며 무죄라고 주장해 19대 총선 출마 당시 야당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또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시절 국정감사 회피성 출장과 불출석 사유 사후 통보로 국감에서 도마에 올랐다. 또 상임위원 취임후 세월호 참사, 통합진보당 해산, 카카오톡 사찰 등 현 정부 들어 민감한 인권침해 사안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보고서에서 빼라고 지시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숱한 막말도 박 대통령 변호인이 되면서 새삼 회자되고 있다.
유 변호사의 박 대통령 변호인 선임 소식은 지역 법조계에 탄식과 허탈감을 안겨주었다. 2002년 청주지검 특수부 검사로 근무한 관계로 그의 행적이 하나둘 벗겨지고 있다. 당시 유 검사, 그의 친구(현 더불어민주당 S국회의원)와 점심을 함께 했던 한 변호사는 당시를 생각하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외지인(S의원)이 있는 자리에서 ‘청주사람들은 다 내 손아귀에 있다. 내 칼날에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거드름을 피워 아예 입을 닫아버렸다.” 
그 변호사는 또 한 예를 들었다. 유 검사(당시)는 보조금과 관련해 한 고교 교장을 조사하면서 법적용이 마땅치 않자 사기죄를 들고 나왔다. 교육청을 기망해 보조금을 받아 편취했다면서. 교장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자 유 검사는 교장을 긴급체포해 구치소로 보냈다. 검찰 구형은 3년.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진실을 알게 된 공판검사가 (판사에게) 항소를 안할테니 최소형 선고를 읍소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재판결과는 벌금 100만원에 선고유예, 기세등등한 유 검사의 완패였다. 조사과정에서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한 그 교장은 2년전 사망직전까지도 분을 삭이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유 검사의 전횡은 대단했다. 하지만 그는 청주지검 근무시절 청주 모 나이트클럽 사장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몰카사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 결국은 불명예 사퇴했다.
상당수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유 변호사 선임을 보면서-물론 본인에겐 가장 믿음이 가는 사람이겠지만-최순실 국정농단과 헌정유린이 괜히 생긴 게 아니라는 생각에 이른다. 대통령에 걸맞는 거물급 변호사를 선임할 수는 없었을까. 박 대통령의 국민과 국정 전반을 바라보는 그 ‘시야(視野)’가 결국은  초라한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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