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원래는 협심증 치료 목적이었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 해발 2천~3천m 이상 등산 때 고산병 치료에 쓰여

청와대가 대량 구매해 논란이 된 비아그라는 국내에서 발기부전 치료제로 주로 사용되지만 산소공급을 원활히 해주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비아그라는 원래 심장혈관이 혈액과 산소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협심증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임상 과정에 부작용으로 남성 발기가 관찰되면서 발기부전 치료제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비아그라는 국내에서 '발기부전 치료' 한가지로 적응증을 허가받았다. 하지만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발기부전과 더불어 '폐동맥고혈압' 환자에게도 처방할 수 있다.

비아그라는 여기에 더해 고산병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는 산악인의 예방과 치료에도 종종 처방된다.

고산병은 낮은 곳에서 해발 2000~3000m 이상인 지역으로 이동했을 때 산소가 희박해지면서 나타나는 신체적 반응으로 저체온증·동상·탈수·수면장애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경우 비아그라를 투약하면 혈관을 확장하는 성분이 우리 몸속 산소공급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고산병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게 비아그라를 처방하는 주된 이유다.

다만 고산병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의약품 당국에서 정식으로 허가받은 비아그라의 적응증은 아니다.

하지만 독일 기센대학의 프리드리히 그림밍어 박사는 이미 12년 전 "비아그라를 복용하면 저산소증에 걸려도 운동기능이 극대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비아그라가 높은 산을 오르는 산악인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도 비아그라가 고산병 치료용으로 쓸 수 있는 건 맞는다고 밝혔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비뇨기과 교수 A씨는 "비아그라는 고산병의 주요 원인인 산소 부족 해결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정식 적응증은 아니지만, 비뇨기과·호흡기내과 등에서 산악인에게 흔히 처방한다"면서 "청와대의 해명이 그리 낯선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응급의학과 교수 B씨는 "고산병에는 비아그라 외에도 이뇨제의 일종인 '아세타졸아마이드'와 같은 약물이 주로 쓰인다"고 말했다. 이료제는 자주 소변을 봐야 하므로 숙면에 방해되는 부작용이 있다.

청와대도 아프리카와 남미 등 해발 1천m 이상의 고산 지역을 순방할 때를 대비하기 위해 비아그라를 구비했으며 실제로 쓰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은 아프리카 3개국의 수도를 각각 방문했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는 해발 2440m, 케냐 수도 나이로비는 1660m, 우간다 수도 캄팔라는 1190m 높이다. 보통 대통령 해외순방에는 200명 이상 수행원이 함께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비아그라가 부작용이 있어 오남용해서는 안되는 약인데 대면 처방 없이 많은 사람에게 사용하려고 했던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당국도 최근 심근경색, 뇌졸중을 앓았거나 협심증, 심부전, 고·저혈압이 있는 사람이 발기부전약을 복용하면 심혈관계 위험이 증가하고, 전립선비대증치료제와 같이 복용하면 저혈압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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