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유사프로포폴은 진료현장에서 잘 안 쓰는 제품"

청와대가 2014년 3월 이후 사들인 의약품 중 프로포폴과 유사한 용도로 쓰이는 약품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는 프로포폴과 비슷한 효과가 있는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10㎖ 용량)를 2014년 11월 20개, 2015년 11월 10개를 샀다.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는 프로포폴과 비슷한 백색의 주사제로 수면 내시경 등 전신마취가 필요한 시술에 쓰이는 의약품이지만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프로포폴은 수면을 유발하고 깨어났을 때 기분까지 개운한 느낌을 받지만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는 수면 유발 효과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청와대의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 구매 사실은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이 프로포폴을 맞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목된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이 약품은 신속 기관 삽관을 위한 응급 약품으로 의무실장이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필수 약품"이라며 "초응급상황이 발생할 때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일종의 근육 진정제"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는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약품이라고 평가하면서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 소재 A대학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모든 사람에게는 아니지만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는 신체 호르몬 분비 리듬을 깨뜨리고 호흡을 억제하는 부작용이 있어서 보통 프로포폴을 많이 사용한다"고 전했다.

그는 "용량이 다양해서 시간 조절이 가능한 프로포폴과 달리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는 마취 초기 수면 유도에만 쓰이므로 사용 빈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국소마취 용도로 쓰이는 리도카인 주사제도 2015년 8월 30개, 같은 해 12월 10개, 올해 6월 10개를 각각 샀다.

리도카인은 표면마취에 광범위하게 쓰이지만, 대개는 점을 빼거나 필러를 주입하는 등 피부미용 시술에 더 자주 사용된다는 게 의료계 전언이다.

2014년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청와대는 총 764건의 의약품을 구매했다.

이들 의약품 중에는 청와대 의무실에서 반드시 구비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기는 의약품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청와대가 사들인 의약품 중에는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 불면증 치료제인 서카딘(멜라토닌), 전립선비대증·탈모 치료제 프로스카(피나스테리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칸디다증 치료제인 스포라녹스캡슐(이트라코나졸) 등 전문의약품도 포함됐다.

청와대는 작년 12월 비아그라를 60정과 복제약인 팔팔정 304개를 사들인 것에 대해서는 "아프리카 순방 시 고산병 치료를 위해 준비했는데 한 번도 안 써 그대로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작년 12월과 올해 6월에 역시 고산병치료제로 사용되는 아세타졸(아세타졸아미드) 1천200정을 샀는데, 이에 대해서는 "남미 순방 때 아세타졸아마이드만 가져가서 고생들을 많이 했다. 아프리카 순방 때에는 예방용이자 치료용인 비아그라를 같이 가져갔다"고 덧붙였다.

서카딘은 '수면의 질이 저하된 55세 이상의 불면증 환자 단기치료'를 위해 허가받은 치료제로 최면 진정제로 분류된다.

이밖에 청와대는 피부미용에 쓰이는 태반주사, 감초주사, 마늘주사 등을 대량 샀고, 니코틴엘 금연패치, 우황청심환, 고려은단 비타민씨정, 무좀치료제 등도 함께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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