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 음성선거관리위원회 회계주임

 

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잘하는 팀을 꼽을 때 바르셀로나FC를 빼놓지 않는다.

바르셀로나FC는 어떻게 해서 정상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을까? 리오넬 메시가 있어서? 네이마르 때문에?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많은 이들은 바르셀로나FC의 시민구단 시스템을 비결로 꼽는다.

바르셀로나FC는 시민들로 이루어진 수십만 명의 소액 주주들이 운영한다. 한 명의 개인이 아닌 수많은 지역 시민들이 구단 소유에 대한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구단의 임원진을 선출하는 등 구단 운영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시민 주주들의 요구에 맞게 구단의 운영 방침이 결정된다. 그만큼 바르셀로나FC는 팬들이 원하는 축구, 팬들을 위한 축구를 하는데 매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은 대부분 대기업이 소유·운영하고 있는 형태다. 모기업의 거대 자본 덕분에 구단의 자금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구단의 운영 방향이 팬들의 요구와 다를 수 있다.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팬들의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단 경영이 팬 서비스를 위하기보다는 소유주 같은 소수의 이해관계를 위한 운영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프로야구의 삼성라이온즈 같은 경우만 해도 모기업의 경영방침이 바뀌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 시즌 만에 팀 성적이 곤두박질쳤고 연속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팬들은 그 광경을 허망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소액다수의 정치후원금 기부문화가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정치인들이 선거운동이나 의정활동을 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다. 따라서 그 비용을 조달해 줄 후원자가 필요한데 이를 재력이 있는 소수가 후원하게 되면 그들을 위한 정책이나 제도를 입안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치인들의 입장에서는 자금줄을 쥐고 있는 후원자의 눈치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정치인들 또한 소수의 후원자들에게 더욱더 의지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는 것이다. 그 악순환이 반복될수록 다수의 국민들은 필연적으로 정치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반면 소액다수의 정치후원금 기부문화가 정착된다면 정경유착과 정치 불신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건전한 정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바르셀로나FC가 다수의 팬들이 원하는 축구를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처럼 정당 및 정치인들도 대기업이나 재벌 같은 소수의 후원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로지 다수의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 및 제도를 입안하는 데 그 여력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바르셀로나FC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응원하고 있는 팀에 대한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주인의식과 끊임없는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찬가지로 이제는 우리가 정치권에 관심을 갖고 후원을 할 차례다. 그 관심과 후원은 우리 생활 전반을 바꾸고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바로 정치후원금 기부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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