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또 다시 출제오류 사태가 발생, 수능에 대한 공신력을 믿을 수 없게 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지난 25일 2017학년도 수능 정답을 확정, 발표했다. 지난 17일 수능정답(가안)을 발표한 뒤 지난 21일 18시까지 이의신청을 받은 평가원은 총 661건의 이의신청중 124개 문항 490건을 대상으로 심사를 벌였다.
그 결과 한국사 14번 문항은 ?번 외에 ?번도 정답으로, 물리Ⅱ 9번 문항은 ‘정답없음(모두 정답)’으로 판정했다.
김명수 평가원장은 "올해 출제 오류가 또 다시 발생, 수험생과 학부모님께 큰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점에 대해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와의 협의를 거쳐 개선방안을 모색, 오류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잇따라 발생하는 수능 출제 오류로 인해 수능마저 믿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1994학년도부터 도입된 수능은 올해까지 총 6번의 출제오류가 발생했다. 2004학년도, 2008학년도, 2010학년도, 2014학년도, 2015학년도에 이어 이번이 여섯 번째다. 2014년부터는 내리 3년 불명예를 기록했다.
2014학년도 수능에서 세계지리 8번, 2015학년도 수능에서는 생명과학Ⅱ 8번과 영어 25번 문항이 복수정답 처리돼 2년 연속 출제오류가 발생했다. 특히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의 경우 수험생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뒤늦게 정답처리돼 이 문항에 응시한 수험생 1만8884명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출제 오류가 잇따르자 교육부는 ‘수능출제 오류 개선방안’을 마련, 출제와 검토의 이원적 구조를 강화하고 문항점검위원회를 신설했지만 올해 수능에서 또 오류가 되풀이되면서 망신창이가 됐다.
국가가 시행하는 수능평가를 출제오류로 믿을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수능시험 오류가 한두번도 아니고 매년 반복된다는 것은 개탄스럽고 수능에 대한 학교현장의 불신을 극에 달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출제 오류가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출제 시스템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중 하나가 출제오류를 사전이 아닌 사후에 차단토록 하는 시스템을 들고 있다.
또 수능출제 인원의 부족을 지적한다. 현재는 교수와 교사로 구성된 500여 명의 출제위원이 외부와 격리된 채 34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문제를 출제하다보니 검토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거다. 출제위원 1인당 평균 4~5문항을 담당하는 데 사실상 출제에 주어지는 시간은 1주일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합숙 장소에서 자료의 양이 적고 인터넷 검색도 제한적으로만 가능해 자신의 전공분야 외에는 깊이 있는 검토가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교육과정 범위를 잘 알고 있는 현장 교사가 문제를 출제한 뒤 교수가 이를 검토해야 보다 전문적인 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문제로 당락이 좌우되는 대학시험은 수험생들에게 절대절명의 가치다.
수능 오류를 막는 교육당국의 책임 있는 대처와 함께 출제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
- 기자명 동양일보
- 입력 2016.11.2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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