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가 28일 교육부 전용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국정화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현장검토본 공개를 취소하라는 촉구에도 불구 예정대로 이뤄졌다.
특히 최근 며칠 새 교육부가 국정화를 철회키로 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청와대가 제동을 걸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등 혼선이 일고 있는 와중에 공개된 것이어서 이목이 쏠렸다.
교육부가 이날 이북(e-Book) 형태로 공개한 역사교과서는 ‘현장검토본’이다. 앞서 교육부는 법원 판결에 따라 지난 25일 편찬기준을 공개했고 이날 현장검토본 공개와 함께 그동안 국정 역사교과서를 추진하면서 ‘철통보안’을 유지했던 집필진 46명의 명단도 공개했다.
그러나 국내 대수 역사학자들이 국정교과서 집필 참여를 거부한 상황에서 꾸려져 인적 구성의 다양성이 부족하고 친(親)정부, 관변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기존 검정교과서는 교원 1~2명이 1개 단원 전체를 집필했지만 이번 국정교과서는 인원을 대폭 보강해 1개 단원을 교수 3명과 교원 1명이 함께 집필해 완성도를 높였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경우 전체 집필인원은 기존 검정교과서 대비 3.5배 이상, 단원당 집필인원은 기존 검정 교과서 대비 3배 이상이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투입 인원 증가로 교과서의 질 향상을 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필진 구성을 놓고 앞으로 두고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역사학자들의 대다수가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집필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꾸려진 집필진이 다양성, 객관성, 중립성 등을 담보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검토본 공개와 함께 의견 수렴도 시작된다. 교육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12월 23일까지 비공개 방식으로 의견을 받을 예정이다. 12월 중에는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도 예정돼 있다. 의견이 반영된 최종본은 내년 1월 공개된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어서 실제 국정 역사교과서가 내년 신학기에 적용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24일 총회를 열고 긴급 안건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상정, 토론을 거쳐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추진 중단 및 폐기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공동성명서를 채택했다.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은 간부회의에서 “학부모들의 뜻을 존중하고 선생님들의 교육관을 바탕으로 28일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가 강행되거나 중1·고1 학생을 대상으로 배포가 강행되는 경우에는 다른 시·도교육청과 공조하면서 강력한 대책을 갖고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 역사교과서가 대통령 탄핵 정국의 격랑을 뛰어넘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기존 검정교과서의 좌 편향을 이유로 내세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계획을 발표했고 곧바로 고시를 거쳐 올해 집필 작업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편찬기준과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밀실 집필이라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더욱이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역사 국정교과서는 ‘최순실 교과서’라는 비아냥까지 받는 실정이다. 대통령은 탄핵과정에 직면해 있으니 권력의 지원도 바라기 어렵다. 국정교과서의 운명이 어찌 될 것인지 단언하기 어려운 셈이다.
따라서 국정화를 철회하든지, 아니면 국정교과서를 검정교과서와 함께 경쟁시켜 교육수요자의 선택을 받게 하는 길만 남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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