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제 농협청주시연합마케팅 추진단장

 

“너무 지나치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열됐던 고액 강연시장이 얼어 붙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이나 금융회사 등에서 임직원이나 주요고객을 대상으로 경제학 등 전문분야나 교양분야에서 전문가를 초청해 특강을 했다. 그러면서 강사들에게 지급하는 고액의 강연료 때문에 강연시장이 호황을 누려왔다. 하지만 지난 9월 28일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대학교수 등 전문강사의 강연료 상한선이 생겼다. 유명 기업들과 고객 사은행사로 강연을 주로 해오던 기관들이 급격히 행사를 줄이기 시작했다. 일부는 강연을 내부 직원을 강사로 대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식사접대 문화도 변했다. 일부 직장인을 제외하고 점심 식사는 구내식당에서, 저녁 모임이나 회합 등은 취소하거나 각자 음식 값을 계산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3만원 미만 식사비 지급 비율도 법 시행이전 29.4%에서 64.5%로 크게 늘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외식산업의 판세도 고급일식, 한정식집 위주에서 일반음식점, 즉석식품판매점 등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음식 위주로 재편되어 객단가가 높은 고급식당은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연말 후원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또한 후원문화의 위축으로 성금 모금에 비상이 걸렸다. 대한적십자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연탄나누기 등 복지단체들은 연말 후원행사를 위한 기금 모금액이 예년에 비해 4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취약계층 지원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맞물려 서민들의 경제적인 형편도 녹록지 않아 나눔문화 확산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후원행사로 운영비를 충당하던 일부 시민단체들도 단체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이처럼 우리 사회가 달라지고 있다. 과도했던 부분과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고 덜어내는 ‘사회적 다이어트’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정의롭고 투명한 사회로 변화되기 위해서 김영란법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68.5%라는 여론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 시민들은 일부 계층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특정 혜택의 감소와 한줌의 위세로 부렸던 갑질이 많이 해소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상대적으로 소외되거나 피해보는 계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수입농축산물에 시달리던 축산농가, 꽃 한송이를 자식처럼 기른 화훼농가, 명절에 애용되던 과일을 재배하던 과수농가, 그리고 이들의 농축산물 유통과 소비를 담당하던 유통 담당자와 요식업소가 이들이다.

부작용이 확대되자 관련 정부부서에서는 김영란법의 적용대상, 금액, 직무 관련성 등에 대해 보완과 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든 계층이 만족 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는 일부 계층의 목소리도 함께 반영함으로써 서로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옛 중국의 고사를 살펴보면 사회의 규범은 모두에게 이익을 주며 공존을 모색 하는 절차라 했다. 그리고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는 개인이성이 아니라 타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관계이성을 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한 사람의 이익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주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한사람의 이익이 다른 사람의 이익으로도 연결되어야 한다. 소외되고 손해 보는 일부 농업인 및 자영업자들도 우리 주위의 다정한 이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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