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조기 퇴진을 표명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통령직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말해 자신의 거취문제를 국회에 백지위임 하고 정권이양 방안이 마련되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국회가 향후 자신의 퇴진과 관련한 일정을 논의해주면 이를 그대로 따르겠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국회의 탄핵 추진 여부를 포함해 국회 추천총리 문제와 거국중립내각 구성, 조기대선 일정 등 구체적인 퇴진 로드맵을 여야가 논의해 확정해달라는 뜻도 담고 있다.
정치권 원로들이 '질서 있는 퇴진'을 건의하고, 새누리당 친박 핵심 중진들까지 조기 퇴진 제안을 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자신의 거취 문제를 더는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통령이 주어진 임기 5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진하는 사태는 헌정사 측면에서 불행한 일이지만, 지난 주말 역대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에서 확인됐듯이 민심의 요구는 분명했다.
박 대통령이 일단 퇴진 의사를 밝힌 것은 사태 수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는 대통령 언급이 진심이길 바란다.
박 대통령의 이번 3차 담화는 여러 가지 명료하지 않은 점이 있다. 우선 자신의 구체적 퇴진 시한이나 일정을 밝히지 않은 채 국회에 모든 공을 넘김으로써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정치권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지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통령직을 사퇴하라는 압력을 받아 온 박 대통령이 퇴진 결심을 밝힘에 따라 이 문제는 이제 국회로 넘어 왔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야당은 "탄핵 피하기 꼼수 정치"라고 즉각 반발하며 탄핵안 의결을 예정대로 밀어붙일 것임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野)3당은 이날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탄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의원 300명 중 새누리당 128명을 제외한 172명이 야당과 무소속이며 새누리당 비박계 40명 안팎이 탄핵에 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200명) 확보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은 "국정혼란을 막기 위한 결단"이라고 평가하면서 난국 타개를 위한 국회 차원의 논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질서 있는 퇴진'에 이르기까지는 갈 길이 험난해 보인다.
박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와 이후 차기 대선을 치를 때까지 국정 운영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맡길 것인지도 정치권의 과제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하야 선언을 했기 때문에 책임총리 선출과 거국내각 출범을 국회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 역시 상당한 기간과 진통을 필요로 하겠지만,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길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정치권은 이제 정권 이양의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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