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첫 고졸 출신 부회장…올해 입사 40주년으로 현역중 가장 오래 회사 생활

▲ 조성진 공고 졸업생서 기업 CEO로

1일 단행된 LG전자 인사에서 부회장이자 CEO(최고경영자)로 승진한 조성진(60) 전 사장(H&A사업본부장)은 LG그룹에서 '고졸 신화'로 통하는 인물이다.

서울 용산공고를 졸업한 뒤 1976년 9월 당시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한 이래 2007년 부사장(세탁기사업부장), 2013년 사장(HA사업본부장)으로 승진하며 LG그룹 내 첫 고졸 출신 사장에 올랐으며, 이번 승진으로 첫 고졸 출신 부회장이란 기록까지 쓰게 됐다.

또 국내 10대 기업 임직원 중 고졸 출신으로 처음 부회장에 오른 인물이란 타이틀도 거머쥐게 됐다.

고졸이란 핸디캡을 딛고 샐러리맨에서 출발해 국내 굴지의 기업 CEO가 됐다는 점에서 그의 이번 승진은 재계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아울러 올해는 조 부회장이 입사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여서 개인적으로 각별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무 살에 입사해 환갑을 맞으면서 LG전자의 현역 임직원 중 가장 오래 회사 생활을 한 사람이 됐다.

조 부회장은 LG전자에서 '세탁기 박사'로 통한다. 2015년 H&A사업본부장에 부임한 후 세탁기 분야의 '1등 DNA(유전자)'를 다른 가전 사업에 성공적으로 이식해 올해 역대 최대 성과를 창출한 공로를 높이 평가받았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H&A 부문에서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또 초(超)프리미엄 브랜드 'LG 시그니처'와 프리미엄 빌트인(붙박이 가전)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시장에 안착시켜 브랜드 위상을 한층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사장은 40년 직장 생활에서 가장 인상적인 일로 1998년 세탁기용 DD(다이렉트 드라이브) 모터를 개발한 것과 지난해 트윈워시 세탁기를 출시한 일을 꼽는다.

특히 DD 모터 개발은 조 사장 스스로 "(LG전자가) 세탁기 부문 세계 1위로 올라서게 된 변곡점"이라고 평가하는 성과다.

드럼 세탁기 아래에 소용량의 통돌이 세탁기를 결합해 한꺼번에 두 번 빨래할 수 있는 트윈워시도 그가 '자식처럼 아낀다'고 표현하는 제품이다.

하지만 곡절도 있었다. 2014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에서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세탁기와 건조기의 도어 연결부위(힌지)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되면서 본의 아닌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다행히 2년여 만인 올해 10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조 부회장으로서는 올해 여러 가지 경사들이 겹친 셈이다.

CEO 승진과 함께 그의 어깨에 실린 짐은 더 무거워졌다.

지난해 말 출범시킨 초(超)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시그니처'가 좀 더 시장에 깊이 착근시켜야 하고, 부진한 휴대전화 사업(MC사업본부) 쪽도 빠르게 일정한 궤도로 끌어올려야 한다.

신성장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자동차 전자장비(전장·VC사업본부) 사업의 매출을 부쩍 키워 비중 있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올라서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의 세계적인 전장 업체 하만(Harman)을 전격 인수하면서 이 분야 강자로 급부상한 것도 LG전자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그는 "직장 생활의 비전은 남이 만들어 줄 수 없는 것"이라며 "내가 속해 있는 조직에 믿음을 갖고 자신의 꿈을 조직의 이해와 조율해 간다면 직장 생활의 성공을 넘어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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