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선(동양일보 상임이사)

▲ 유영선(동양일보 상임이사)

태극기에 대한 감동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외국에 나가 올림픽 우승을 한 선수가 시상대에 오를 때 애국가와 함께 클로즈업되는 태극기는 온국민의 가슴을 뛰게 하고, 삼일절과 광복절에 태극기를 달 때는 조국의 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앞서 간 이들에 대한 죄송함과 감사함으로 모골이 송연해진다.
필자의 뇌리 속에 가장 크게 박혀있는 감동의 태극기는 2002년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들이 관중석에서 보여주었던 대형 태극기의 물결이다.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치던 붉은악마들이 어느 순간 관중석 위로 밀어 올리던 그 대형 태극기의 감동은 이제껏 태극기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깊은 울림을 주었다.
처음 태극기가 탄생되었을 때도 그랬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태극기는 1882년 박영효가 수신사로 일본에 갈 때 메이지마루호 선상에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그 이전부터 역사를 지니고 있다.
1882년 10월 2일자 일본 도쿄에서 발행된 일간신문 ‘시사신보(1882년 3월 창간,1936년 폐간)’는 당시 일본을 방문한 박영효 수신사 일행과 기자회견을 갖고, 태극기는 자국의 국기를 모방하라는 청나라의 압력을 뿌리치고 고종이 직접 도안을 하고 색깔까지 지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니까 박영효 작품이 아니라 고종의 주체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이라는 것이다.
역사의 시계를 조금 더 뒤로 돌린다면, 우리나라에서 국기제정에 대한 논의가 처음 있었던 것은 1876년(고종13) 1월이었다. 운양호사건을 계기로 한·일 사이에 강화도조약 체결이 논의되는 동안, 일본 측은 “운양호에 엄연히 일본국기가 게양되어 있었는데, 왜 포격했느냐?”고 트집을 잡았는데, 조선 측에서는 ‘국기’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국기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청나라는 마젠충(馬建忠)을 통해 자신들의 ‘용그림’기를 본받아 사용하라고 내정간섭을 했다. 그 사이 박영효 일행들이 일본을 방문하게 됐고 출발에 앞서 고종황제로부터 국기에 대한 내락을 받았다. 박영효 일행은 일본으로 가는 배안에서, 조정에서 이미 대략적으로 정해진 국기의 도안내용을 약간 고쳐 태극사괘의 도안이 그려진 기를 만들었고 8월14일 고베에 도착하자 숙소건물 지붕 위에 이 기를 게양했는데, 이것이 태극기의 효시이다. 83년 고종은 이것을 정식 국기로 채택해 공포했고, 84년엔 태극기문양 우표를 발행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수립된 후 1948년 제헌국회는 태극기를 국기로 채택했다. 이것이 태극기의 역사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것이 태극기의 제작법과 게양규칙이다.
태극기의 태극문양은 음과 양의 조화로 대자연의 진리를 형상화하고, 바탕이 되는 흰색은 우리의 민족성을 상징하는 순수, 밝음, 평화를 상징한다. 네 모서리의 4괘는 음과 양이 서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효(爻)의 조합을 통해 나타낸 것으로, 건괘는 하늘, 곤괘는 땅, 감괘는 물, 이괘는 불을 상징한다. 이들 4괘는 태극을 중심으로 통일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국기게양은 비나 눈이 내리지 않는 날의 낮에 게양함을 원칙으로 하며,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달기도 한다. 경축할 때는 깃봉과 깃 사이를 떼지 않고 달고, 조의를 표할 때는 깃봉에서 깃면의 너비만큼 떼어서 단다. 일반 가정의 대문에는 집 밖에서 보아 왼쪽에 곧게 세우며, 건물의 옥상에는 그 중앙에 국기를 게양한다. 외국기와 같이 달 때는 최우선의 위치에 단다.
이러한 제작방법과 게양규칙을 바르게 알려주는 것은 교육부의 역할이다.
그런데 며칠 전 교육부가 잘못된 태극기 그림을 사용한 홍보물을 국정교과서 홍보 게시물로 올리면서 ‘태극기도 못 그리는 교육부’라는 거센 질타를 받고 있다. 교육부 공식 페이스북에  ‘잘 만든 역사교과서 이야기’라는 제목의 11컷짜리 홍보 웹툰을 게재했는데 감괘와 이괘의 위치가 바뀐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태극기도 못 그리는 교육부’가 올바른 역사교육을 하겠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육부는 외부 업체에 의뢰해 제작해 올리는 과정에서 감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참 할말이 없게 됐다. 다른 부처가 아닌 교육부에서 이같은 문제가 일어났다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우리 주변에서 어느 곳에 또 문제가 있는지, 교육부 태극기 논란을 계기로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확인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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