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보기가 겁이 날 정도로 요즘 정국은 시시각각 새로운 사실들로 흔들리고 있다. 해서 뉴스에 하루만 곁눈질을 안 하면 구석기시대인 대접받기 십상이다. 일국의 ‘대통령 비리’와 관련된 것들이니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 그렇듯 격랑치는 정국에 지난 11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은 또 다른 ‘파문’을 하나 던져 놓았다. 자신의 ‘진퇴 여부’에 대한 3차 담화문 발표를 통해서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문에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다. 처음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자신의 퇴진에 대해 국민들은 ‘이제야 결정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분명 대통령이 자신의 퇴진에 대한 입장을 밝혔음에도 뭔가 속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기야 그동안 대통령의 ‘흔들림없는 거짓말’에 이골이 난 국민들로서는 뭔가 꼼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말로 전달하는 뉘앙스와 글로 접하는 의미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에서 나오는 괴리였다.
박 대통령이 ‘판’을 흔들기 위해 던져놓은 말들은 결국 야3당과 비박계가 탄핵을 향해 단일대오로 뭉쳤던 연대를 순식간에 깨뜨렸다. 가히 ‘신의 한수’라 할만했다. 오히려 야권보다 선두에 서서 탄핵을 외쳤던 비박계는 주춤하고 있고, 원래부터 셈법이 달랐던 야권은 단일대오 공조에 균열을 보이고 있다. 가당찮은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친박의 반격 또한 우후죽순처럼 튀어나온다.
‘차떼기’로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을 때 속고대죄용 천막당사에서 생쇼를 벌였던 일이나, 야당에 한참 밀리던 지방선거에서 안면에 자상을 입는 불상사 속에서도 “대전은요?”라는 애드립으로 일거에 국면을 바꿔버렸던 것처럼 그는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을 기회의 반등으로 전환시키는 정치적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면서 쌓은 내공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둘 필요는 없다. 다만 쾌재를 부르고 있을 지도 모르는 대통령에게 이 말만은 해야 된다.
‘묘수가 세 번 나오면 그 바둑판은 진다.’
묘수가 속출하게 된다는 건 그 판세가 도저히 뒤집기 힘든 비관적 국면이라는 뜻이다. 묘수를 내고 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박 대통령이 묘수를 아무리 내려해도 전체적인 판세를 쥐고 있는 것은 200만의 촛불이요, 국민의 명령이다. 그 명령은 단호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하야 하라.’
그대로 따르면 된다. 그리고 대통령이 좋아하는 말대로 ‘법적인 절차에 따라’ 탄핵을 받으면 된다. 그리고 그에 따른 형사상 책임을 지면 된다. 또 다른 선택지가 있을 수 없다. 좌고우면할수록 그나마 남아 있을지도 모를 최소한의 자존마저 무너질 뿐이다. 늘상 해오던 ‘유체이탈 화법’처럼 박 대통령은 자신의 일을 국회로 유턴시켰다. 안될 말이다.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해야 한다.
“단 한 순간도 사익추구와 사심을 품지 않고 살아왔다”는 말은 특검에서 말하고 진위를 가려라. 대통령의 지휘 하에 있던 검찰보다 특검은 더욱 매서울 것이다. 기소장에 ‘피의자’로 적시하면서 공범이라고 지적한 검찰의 수사를 이어 받게 된 특검은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가려내는 데 ‘좌고우면’ 하지 않을 것을 국민들은 믿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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