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보충제가 치명적 질환인 혈전색전증을 일으킬 위험을 최대 63%나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3일 메디컬뉴스투데이 등에 따르면, 독일 '역학·통계·정보연구소'의 카를로스 마르티네츠 수석 연구원이 이끄는 독일·영국·호주 공동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학술지 BMJ(옛 영국의학회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영국에서 2001-2013년 사이 폐색전을 포함해 정맥혈전색증(VTE)으로 확진돼 치료받은 환자 1만9215명과 이들과 같은 나이대의 보통사람 90만9530명을 선정, 비교 분석했다.

연구팀이 VTE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다른 요인들을 보정한 뒤 분석한 결과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받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VTE 발생 위험이 평균 25% 더 컸다.

특히 사용 6개월째에는 이 위험이 63%까지 커졌으며, 9개월까지 지속되다 이후 서서히 줄어들었다.

이번 조사에선 영국인의 정맥혈전증 환자 평균 발생률은 1만명당 15.8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테스토스테론 사용자의 경우 여기에서 3.9명(평균)~10명(최대치) 추가로 더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에도 테스토스테론 보충제가 혈전증 위험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들은 있었다.

이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은 2014년 6월 모든 허가된 테스토스테론 제품에 혈전증 위험 경고문을 넣도록 했으며 이후엔 심근경색, 인성변화, 불임 등 다른 부작용들도 추가하도록 했다.

이번 연구는 대규모 역학 조사를 통해 상관관계를 확인하면서도 테스토스테론 사용 시기별로 혈전증에 걸릴 위험 증가율을 처음으로 밝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인과관계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로썬 혈전을 분해하는 효소의 활동을 테스토스테론 보충제가 어떤 식으로든 방해하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유력하다.

테스토스테론의 이런 문제는 혈전 색전증에 취약하거나 이미 혈전이 있는 사람들에겐 더욱 위험하다.

혈전색전증 발생 위험 요소로는 유전이나 혈관 손상 외에 비만, 장기간 운동부족, 노령 등 여러 가지가 잇다.

전문가들은 테스토스테론 보충제는 선천성 고환결함 환자나 생식 저하증 환자 등에게만 필요한 것이며 성욕과 성 능력 강화, 피로해소 등 회춘 효과는 분명한 과학적 증거가 없고, 일부 성적 활력 증가도 '매우 미약한 반짝 효과'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런데도 자연스러운 노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중년 이후 남성 등이 상술에 현혹돼 혈전증, 심근경색 등 치명적 위험을 감수하고 테스토스테론 주사제, 알약, 패치, 젤 등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