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리

(동양일보)아내는 어린애가 되었습니다

내가 밖에 나갈라치면

어느새 먼저 문밖에 나가 있습니다

억지로 떼어놓고 외출을 하면

왜 안 와?

언제 와?

늘 똑같은 두 마디

전화기 안에서 계속 울고 있습니다

내가 자기를 낳은 어미도 아니고

아버지도 아닌데

한평생 살 비벼 새끼 낳고 기른

죄 많은 지아비라서

나는 나이 든 아기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내 사랑하는 아가는

내게 매달려 한마디 말은 없지만

그냥, 그냥, 말문을 닫고 웃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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