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달 28일 공개를 강행한 국정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편협성을 떠나 기초적인 사실 오류가 수백 건에 달할 정도의 함량미달 부실 교과서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이런 와중에 당초의 국정교과서 원본에 외환위기 원인은 파업이라느니, 유신헌법이 민주화운동의 근거가 됐다는 식의 내용이 담겼다가 삭제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별위원회는 최근 국가편찬위원회(국편)에서 받은 ‘국정역사교과서 원고본 내부 검토보고서’를 분석해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집필진이 쓴 원본을 국편 연구관들이 분석 작성한 것으로, 지난달 28일 공개된 현장검토본은 국편 보고서 내용을 반영해 집필진이 수정한 것이다.
원본에는 친기업 서술이 강조됐다. 중학교 역사 보고서는 “IMF 외환위기에 대한 원인을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내용으로 기술하라”며 “외환위기의 원인으로 파업을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함”이라고 지적했다. 고교 한국사 보고서에는 “재벌의 기준을 설명하면서 재벌기업이 경제에 효과적인 측면만 설명하고 단점은 없는 듯?”,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인 파업을 경제적 손실로만 도표화시켜 가르치는 것은 문제소지가 있으니 도표 교체” 등의 의견이 서술돼 있다.
박정희 정권 미화는 더 심했다. 검토보고서에는 “해방이후부터의 농촌문제가 새마을운동으로 해결됐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구조의 서술”이라거나 “유신체제를 ‘탄생’이라고 표현했다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등장’으로 바꿨다.
특히 유신헌법이 민주화운동의 합법적 근거가 됐다는 주장은 논란의 소지가 크니 ‘삭제 요망’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반면 국편 의견이 묵살되기도 했다. 박정희 정권의 베트남 파병이 경제적 발전에 기여했다는 내용은 외교적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현장검토본엔 그대로 실렸다. ‘동백림 사건’과 ‘5.18민주화운동’의 경우 내용을 보다 상세하게 기술하라고 했으나 “중앙정보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한 측면도 있었다”, “과잉진압 했다” 정도로만 실렸다. 이쯤되면 박근혜 정권이 왜 국정교과서에 그토록 목 멨는가를 알수 있다. 
민주당 특위는 한국사에서는 1148건, 역사에선 877건의 지적이 있었으나 사실상 절반도 수정되지 않아 국정교과서는 애시 당초 박정희교과서였다고 주장했다.
현대사 영역에서 박정희란 단어를 20회 이상 사용하며 박정희 정권에 대한 서술을 대폭 늘린 대신 1987년 6월 항쟁이후 30년간의 역사는 달랑 4쪽 안팎 기술에 그쳤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중 14개 교육청 교육감이 국정교과서를 쓰지 않기로 천명했다. 김병우 충북교육감도 이 점을 분명히 했다. 김 교육감은 “세계적으로 일부 절대왕정국가나 독재국가를 제외하고는 국정교과서가 없다. 교과서가 국정밖에 없다면 현재뿐 아니라 모든 역사를 단편적 시각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일부터 12월1일까지 전국 성인 1003명에게 물은 결과 국정화 추진 찬성 17%, 반대 67%, 유보 15%를 보였다. 반대가 찬성보다 4배 많다. 1년전엔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반은 42% 동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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