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번째 신간 '질그릇의 노래' 출간

(동양일보) 한국 천주교회 원로이자 전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니콜라오·84) 추기경이 신간 '질그릇의 노래'를 펴냈다.

'질그릇의 노래'는 '니콜라오'(Nicholas·산타클로스의 기원이 된 성인)란 세례명처럼 정 추기경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독자들에게 보내는 선물이자 사제 수품 55주년을 맞아 펴내는 55번째 책이다.

또 지난 2009년 '햇빛 쏟아지는 언덕에서'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수필집으로 '행복한 삶'에 대한 정 추기경의 영적 고찰이 차분한 어조로 담겼다.

▲ 정진석 추기경.

정 추기경은 이 책에서 "80세를 넘으면서 육체의 여러 기관이 하나둘씩 기능이 퇴화되는 것을 체험한다"며 "이를 통해 육체와 연관된 길은 덧없는 것이고, 오직 생명의 주님이신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 축복을 받는 유일한 길임을 깨닫게 된다"고 고백한다.

이어 "하느님이 주신 삶의 의미를 올바로 깨닫고 이를 받들며 살수록 이 세상의 어느 누구에게도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된다"고 전한다.

인생의 황혼에서 지난날을 돌이켜보는 정 추기경은 무엇보다 재물이 아닌 사랑과 행복, 진리, 정의, 평화의 가치로 '마음의 그릇'을 채울 것을 권하고 있다.

마음의 그릇은 재물로는 결코 채울 수 없으며 물욕을 버림으로써 오히려 가득 채울 수 있고 버린 만큼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추기경은 그러면서 재물 대신 "마음의 그릇이 사랑과 자비로 가득 차면 모든 것이 그득하고 그 무엇이든 만족으로 다가온다"고 조언한다.

나아가 정 추기경은 "의인들은 하느님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라며 희생하고 봉사하는 의인의 삶을 강조한다.

정 추기경은 '사람이 자기 본분을 알면 다른 사람에게 신이 된다'(Homo homini deus est si suum officium sciat)는 라틴어 격언을 인용하면서 "사람이 본연의 인격자로서 선행을 하면 다른 사람에게 하느님 같은 존재가 된다는 뜻"이라고 풀이한다.

노년의 추기경이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며 찾아낸 '행복의 길'에는 욕망만을 좇는 우리 사회가 잊고 있었던 기본 가치들을 돌아보게끔 하는 지혜와 성찰이 담겼다.

또 그의 세심하고 다정한 조언은 세상살이에 지친 독자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한편 정 추기경은 부제 시절 룸메이트였던 고(故) 박도식 신부(전 대구가톨릭대 총장)와의 약속을 지금까지 지켜나가고 있다.

"신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1년에 책 한 권씩을 내자"고 했던 약속에 따라 이번 책을 포함해 저서와 역서 총 55권을 펴냈다.

정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에서 퇴임한 2012년 이후에는 혜화동 가톨릭대 신학대학 주교관에서 집필을 이어가고 있다.

1931년 12월 서울 출생으로 1954년 가톨릭대학 신학부에 입학하고 1961년 사제품을 받았다.

1970년 최연소로 주교품을 받은 후 28년 동안 청주교구장,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등을 지냈다. 1998∼2012년 서울대교구장과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직했으며, 2006년 3월 베네딕토 16세 교황에 의해 추기경에 서임됐다. 2007년부터 5년간 교황청 성좌조직재무심의 추기경위원회 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가톨릭출판사. 224쪽. 1만3천원.

▲ 정진석 추기경 55번째 신간 '질그릇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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