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우 충북도 기획관리실장

 

거센 겨울바람이 거리를 휩쓸고 차가운 공기가 몸을 더욱 움츠러들게 해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운 계절이다. 하지만 마음은 따뜻하고 풍성하다. 고향 충북에서 맞는 푸근함과 든든함은 겨울 추위를 이기고도 남음이 있다.

어느덧 한해의 끄트머리 12월이다. 돌이켜보면 금년 한해는 충기만세(忠氣滿世)의 자세로 2020년 전국대비 4% 충북경제 달성과 ‘영충호 시대의 리더 충북’ 도약 기반 마련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들이었다.

애석하게도 요즘 충북은 뜻하지 않은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축산농가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음성, 진천, 청주에 이어 괴산까지 확산된 AI로 170여만 마리에 이르는 닭·오리를 살처분하는 등 AI 퇴치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국이 어수선하고, 분노를 삭이지 못한 수백만 명의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그늘진 상황에도 불구하고 충북미래 발전의 초석을 놓는 일에는 한 치의 소홀함이 없이 계속 전진해 나가고 있다. 내년도 정부예산 확보가 그 대표적인 예다.

중앙부처에서 근무할 때는 사실 잘 몰랐는데 거꾸로 지방의 입장에 서서 정부를 설득하고 지역예산을 반영시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국회와 중앙정부에 사업 추진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누차 설명하고 설득시키는 일은 차라리 처절하다는 표현이 맞다. 절박한 심정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과정이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비록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천신만고 끝에 중부고속도로 확장 사업의 물꼬를 튼 것을 비롯해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 운영비 확보, 충청내륙고속화도로 건설, 영동~용산 국도 건설 등 충북의 최대 현안사업들이 내년도 정부예산에 반영됐다. 또한, 과학벨트지구 SB플라자, 청주실내빙상장 건립, 단양호 관광기반시설 조성사업 반영 등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부예산 확보도 보람된 성과로 기억된다.

특히 중부고속도로 확장 사업 반영을 위해 이시종 지사님과 함께 날마다 국회로 출근하다시피 했고 지사님께서는 어느 날은 두 번씩 도청과 국회를 오가며 정부예산 확보에 총력전을 펼쳤다.

이처럼 한 푼의 예산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국회와 중앙부처의 문턱이 닳도록 쫓아 다닌 이유는 2020년까지 4% 충북경제 달성을 위해서는 민간의 투자유치와 함께 정부의 예산 확보가 중요한 투자재원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올 한해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광역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대규모 국제경기대회인 2016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을 창건하고 성공적으로 치러 충북인의 기개와 자긍심을 한껏 뽐낸 일이다.

일부에서는 지역축제라는 개념에서 선수단 축소, 선수단 관리미흡, 관람객 저조 등을 이유로 흥행에 실패한 대회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세계 무예·스포츠계에서는 무예마스터십의 운영 면에서나 참가국 및 선수 규모, 세계 무예·스포츠계의 관심 등을 높이 평가하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지속가능한 대회 개최와 무예마스터십이 진정한 세계대회로 커 나가는 원동력이 될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 창립은 또 하나의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정부에서도 공공외교 및 문화외교의 대표적 수범사례로 평가해 2017년 정부예산에 WMC의 운영 및 사업비로 5억 원을 반영했다.

정유년은 닭의 해다. 새벽닭이 울면 모든 유령과 악령, 어두운 기운이 사라진다고 한다. 묵어 있던 어두운 기운을 모두 걷어 버리고 ‘충기만세’의 기운을 모아 ‘영충호 시대의 리더 충북’으로 비상하는 새로운 한해를 향해 다시 뛰기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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