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자(수필가)

▲ 박영자(수필가)

“언니, 덕분에 고국에서 행복했어요.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독일 아리랑’ 보실 기회가 있    으면 꼭 보셔요.”
지난 추석에 고국을 찾았던 시누이가 독일에 돌아가 카톡으로 보내온 소식이다. 추석전날 들어왔다가 두 달을 체류하고 간 후로 열심히 소식을 퍼 나른다.
  파독간호사 50주년기념 모국방문행사 참석을 위하여 고향을 찾아 가족들을 만나고 관광도 하며 보람 있게 지내다가 돌아갔다. ‘열심히 일 한 당신 떠나라.’ 라는 어느 광고 문구처럼 그는 젊어서 열심히 일했기에 노후를 여유 있게 즐기고 있다.
  간호학교를 졸업하고 병원에 근무하던 시누이는 파독 간호사를 자원했다. 50년 전의 일이다. 아무 연고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땅에서 어찌 살 거냐는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스물세 살 어린 나이에 자원해서 70이 되도록 일했으니 얼마나 고생이 많았겠는가. 월급을 받으면 부모님께 한 푼이라도 더 부쳐드리려고 절약 또 절약했다는 얘기며, 독일 사람들에게 떳떳하기 위해 독일어 공부에 밤잠을 줄여야 했단다. 그들의 고생을 일일이 어찌 다 말할 수 있겠는가
  처음 발령을 받은 병원에 부임하던 날, 아침 일찍 출근을 하니 청소를 하던 독일 직원이 밀대를 건네주며 청소를 하라기에 “나는 독일에 간호사 일을 하려 왔지 청소를 하러 오지 않았습니다.” 하고 단호하게 말했더니 다시는 청소를 시키지 않더란다. 이제 독일에서 일가를 이루어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 다행이며 당연한 노력의 대가다. 하지만 그도 세월을 비켜 가지는 못했으니 이제 노인의 대열에 서 있고 모국어를 많이 잊어버려 대화가 서툴고 낱말이 생각나지 않아 한참씩 머뭇거리는 것을 보면 서글픈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난 10월 2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는 재독한인간호협회와 파독산업전사 세계총연합회 주최로 ‘파독간호사 50주년 기념 모국방문’ 기념행사가 열렸다. 모국방문단은 10월 말일까지 서울과 지방 각지를 돌며 모국의 발전상을 체험하고, 문화유적지 및 관광명소를 둘러보는 행사도 계획 되었다. 마지막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독일 아리랑을 관람한다고 했다. 독일, 미국, 캐나다에서 모여 온 간호사, 광부 등 104명의 파독근로자 출신 재독동포들이 애국가와 독일국가를 합창하며 개회식이 열렸다.
  이번 모국방문에는 독일에서 67명, 캐나다와 미국에서 파독근로자 37명이 참석했다. 파독근로 50년을 넘기고 있는 현재, 노환으로 참석치 못한 분들도 있고. 많은 분들이 유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1963년 12월 그때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68불이었고 1억불 교역이었으며 127개국에서 꼴찌에서 두 번째였던 나라였지만 지금은 국민소득 2만 불로 세계 9위의 교역국가로 발전했다.
  1964년 12월 박정희대통령은 국가재건을 위하여 돈을 빌리러 서독을 방문하여.에르하르트 수상을 만났다., 환영 나온 간호사들과 근로자들과 대통령이 함께 울었으며 .간호사와 광부 파독을 조건으로 에르하르트 수상은 담보 없이 2억 5천만 마르크를 한국에 대출할 약속을 했다는. 일화를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 한다
  1960년대부터 1977년까지 약 7,900명의 광부가 파독됐고, 1966년부터 10년 간 총 1만여 명의 간호사가 파독되어 독일 전역에서 활약했다. 그들의 피땀 어린 귀중한 송금은 한국경제 도약의 기반이 되었으며, 오늘날 한국의 정치민주화, 경제선진화를 달성하고 문화를 융성하는데 기여한  노고는 대단히 크다.
  슈테판 아우어 주한독일대사는 1966년부터 1만여 명의 한국간호사가 독일로 왔는데, 당시 절박하게 인력이 필요했던 독일 보건 분야는 전문적 능력을 갖춘 한국간호사들의 덕을 크게 보았다고 했다. 언어장벽, 익숙하지 않은 음식과 환경을 극복하고 간호사들은 탁월하게 독일사회에 적응 하였으며 양국의 문화 중재자로서 홍보대사로서 독일과 한국의 상호 이해에 기여했다고 그 노고를 치하했다.
  마침 동양일보에서 주관한 윤복희 특별출연의 ‘독일 아리랑’을 관람 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뮤지컬 포스터의 “기적을 캐고 나라를 구하다.” 라는 문구가 가슴을 울린다. 지하 갱도에서 목숨을 담보로 일했던 광부들과 가난한 나라에 태어났기에 이역만리에서 갖은 고생을 다하면서도 질긴 인내로 견디어 낸 간호사들이 조국근대화의 초석이 된 공로를 뮤지컬로 재현해 실감나고 유쾌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같은 민족끼리 느끼는 동질성과 광부들과 간호사들의 사랑을 그린 뮤지컬을 보면서 그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치하해야 함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피땀으로 이룩한 나라,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커다란 책무임을 모두 자각해야 할 귀중한 시점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