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 김영이(동양일보 편집상무)

탄핵시계가 째각째각 돌아가고 있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은 ‘박근혜 블랙홀’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이후 잠시 주춤했던 탄핵시계는 국민적 요구를 거스르지 못하고 오는 9일 역사적 선택지로 향해 굴러가고 있다. 탄핵은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고 가결이냐,부결이냐는 기로에 서 있다.
박 대통령은 3차 담화에서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이 담화는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해 지난주말 전국에서 232만명이 촛불을 들게 했다. 즉각 하야나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적 감정과는 너무 동떨어져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자신의 문제를 국회에 떠넘겨 시간벌기에 나서면서 탄핵전선을 붕괴시키고 야권 분열을 통한 보수 재집권을 노린 꼼수라는 비판이 거세졌다.
정계 원로들은 4월 퇴진 6월 대선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새누리당도 이를 당론으로 정했다. 탄핵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비박계는 박 대통령이 4월 퇴진을 선언하면 탄핵하지 않겠다고 한때 돌아서는 듯 했지만 국민 촛불이 자신들한테 향하자 화들짝 놀라 제자리(탄핵)로 돌아왔다.
결국 비박계가 9일 탄핵 동참을 천명하자 박 대통령은 4차 담화도 발표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다 4월 퇴진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박 대통령은 6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나 내년 4월 퇴진 및 6월 조기대선 실시 뜻을 전달했다. 4차 담화를 발표해도 국민이 믿어주지 않고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당 지도부를 통해 자신의 뜻을 간접적으로 호소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럼에도 야권과 비박계는 9일 탄핵표결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왜 하필 4월인가. 그때까지 대통령 직을 유지하면 특별검사의 강제수사나 기소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4월 퇴진 배경론이다. 국민 앞에서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공언했던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보기좋게 걷어 찬 전과가 있어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검은 지난 1일부터 20일동안 준비를 거쳐 오는 21일 수사가 개시된다. 특별검사의 수사기간은 60일 이내. 이 기간안에 담당사건에 대한 수사를 완료하고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 시기는 2월28일이다. 특검은 30일간 한차례 대통령 승인을 받아 연장할 수 있으며 그 경우 3월30일 만료된다. 4월말은 대통령 신분으로서 특별검사의 수사가 끝날때까지 여유있게 버틸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면서 특검의 강제수사를 거부하고 기소도 피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박 대통령이 검찰의 대면수사를 세차례나 거부했던 전례를 보면 이 예상이 무리가 아니다. 또 특검 수사 결과를 보고 증거인멸 등 자신에게 유리한 모종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물론 검찰이 시한부 기소 중지해 4월 퇴임이후에도 기소는 가능하지만 특검수사는 이미 끝나 더 이상의 수사는 물 건너간 상태가 된다.
4월 퇴진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다. 교육부가 국정역사교과서 강행의지를 꺾지 않은 것을 시작으로 대북정책, 사드배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같은 정책을 드라이브할 수 있다.
또 시간을 끌면서 보수대연합을 꾀해 정권재창출 기반을 마련하려 할 것이다. 4%의 국민만이 그를 지지하지만 과거 그를 지지했던 보수층들은 다른 대안이 등장할 경우 미련없이 야당이나 비박계들을 내칠 것이다. 보수의 결집만 되면 누구냐에 상관없이 미는 게 그들이 속성 아니던가. 그래서 일각에서 거론하는 임기단축 원포인트 개헌이 새삼 눈길을 끈다. 이는 국민투표를 통해 박 대통령을 퇴진시킬 수 있고 제3지대 정계개편에 불을 당길 수 있다. 이 경우 4월 퇴진 6월 조기대선을 치른다면 올 연말 임기가 끝나 내년초 귀국 예정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시간적 여유가 주어질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탄핵열차는 종착역으로 향해 질주하고 있다. 탄핵이 가결되면 대통령 직무는 정지된다. 동시에 ‘즉각 퇴진’하라는 국민적 요구는 더 거세질 것이다. 그것이 헌법에 맞고 안맞고를 떠나 국민들은 식물대통령에게 국정을 더 이상 맡기기를 거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희망대로 4월 퇴진이 현실화될지 두고 볼 일이다.
대통령이 저지른 죄는 ‘들킨 죄’, ‘속인 죄’, ‘버틴 죄’ 세가지라고 한다. 이중 버티는 죄가 제일 골치 아프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들키고 속인데 이어 버티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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