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논설위원/신성대 교수)

▲ 신기원(논설위원/신성대 교수)

 촛불은 소금과 함께 자기계발 혹은 명상의 중요한 주제이다. 종교적으로는 빛과 소금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이때 빛은 촛불을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교인들은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나 ‘깨어있으라’는 말을 자주 언급하는데 이는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라’ 혹은 ‘양심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이런 촛불이 시중에 대규모로 등장한 것은 광우병사태가 터지고 나서가 아닌가 짐작된다. 시민들이 건강에 대한 우려와 정부에 대한 불신을 촛불로 표현한 것이다. 이후 크고 작은 촛불이 있었지만 최근 다시 촛불이 서울 한복판에 대규모로 등장하였다. 최순실 국정농단사태와 관련하여 박근혜대통령이 하야하여야 한다 또는 박근혜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의 피켓과 함께. 이러한 촛불집회는 주말마다 규모를 더하여 마침내 200만명이 참가했다는 그리고 청와대 근처까지 행진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겨울로 접어드는 쌀쌀한 날씨를 고려하면 엄청난 인파가 모인 것이다.
 왜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촛불집회에 동참한 것일까. 어느 누구의 얘기대로 이들은 빨갱이 들인가 아니면 동원된 세력인가. 이들이 빨갱이이거나 종북 좌파세력들이라면 이들을 백주대낮에 활보하도록 한 경찰수뇌부는 파면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수뇌부도 같은 세력들일 것이다. 만약 동원됐다면 그 집단도 대단한 재력가들이다. 한 사람 동원하는데 만원씩만 줘도 200억원이 필요하다. 그것을 몇 주에 걸쳐서 하려면 적어도 삼성 이재용회장 정도의 재력을 갖춰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촛불민심은 최순실씨 가족의 부패행위에 대해서만 분개하는 것은 아니다. 한 국가의 대통령을 비롯한 국정의 책임자들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예산을 개인의 이익을 위해 썼다는데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일부 고위공직자들은 한결 같이 줏대도 없고 의식도 없이 행동을 했을까. 보도를 보면 지시를 내리는 대통령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것 같다. 뼈다귀를 앞에 둔 개처럼 행동하는 이면에 어떤 속내가 있었는지 무척 궁금하다.
 또한 촛불민심은 대통령의 이미지에 속았다는데 대한 분노이다. 그동안 철저하게 가려졌던 대통령의 민낯이 이 정도인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저 청와대에서 자랐으니 뭔가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과 부모를 다 흉한 일로 보냈으니 라는 측은한 마음 그리고 혼자 살았으니까 또 혼자 살고 있으니까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을 위해서 국정을 돌볼 것이라는 순수한 믿음이 착각이었음을 안 것에 대한 허탈감과 배반감이 이토록 절망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특히 지난 대통령선거 때 박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에게서 큰 것 같다.
 한편 재벌들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어렴풋이 알고 있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배우 이병헌 조차 청룡영화제 시상식에서 내부자들의 시나리오를 보면서 상황을 너무 극한으로 몰고있지 않나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이 내부자들을 뛰어넘었다고 일갈하였다. 우리 사회가 국민들이 재벌들을 존경하지 않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평가해서는 안된다.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를 통해서 드러난 현실을 보면 그리고 최근 열리고 있는 국조특위 청문회를 보면 재벌들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벌들이 그동안 어떻게 부를 축적해왔는지 그 과정의 비열함과 비합리성을 보면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다. 누구 말마따나 ‘내가 이러려고 대한민국 국민했나’ 혹은 ‘세금을 냈나’라는 한탄이 저절로 나온다. 국민 개개인이 혼란이 너무 커서 정신착란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정말 우주의 기운이 어디로 모이고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이런 점에서 촛불민심은 정당한 것이다. 국민들은 무엇인가 궁금하고 위로를 받고 싶은 것이다. 그동안의 잘못된 질곡을 끊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과연 가능할 것인가. 촛불은 타오는데 대답할 사람은 없다. 희망을 키우는 촛불이 되기를 소망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