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각수 전 괴산군수

존경하는 군민 여러분, 감사하고 송구합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하시며 평안하시옵니까. 임각수입니다.

임기를 끝내며 한분 한분 손잡고 퇴임인사를 드리려고 했는데 이렇게 영어의 몸이 돼 눈물의 작별 인사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아낌없는 지지와 사랑을 주신 여러분께 깊고 깊은 감사의 마음을 올리며, 걱정을 끼쳐 드리고 할 일을 못 다한 죄책감에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젊은 시절 중앙부처(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 국무총리실, 청와대, 행정자치부)에서 25년을 일하고 고향에 와서 군수가 돼 강산이 한번 변하는 세월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전국 최초의 무소속 3선 군수가 됐고 한국을 이끄는 혁신리더로 선정되고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을 받고 생산성 대상, 호국대상 등 큰 상을 많이 받으면서 군정을 일하는 조직으로 혁신 했고 기강확립과 깨끗한 공직 풍토를 조성했습니다.

학생군사학교 개교 축사를 하며 목이 메었고 산막이 옛길에 밀려드는 관광객을 할아버지 산소에서 바라보며 감격의 눈물도 흘렸으며 타 지역 출장으로 식사 때가 지나 배가 고파도 관내 음식점 밥 한 그릇을 팔아주겠다고 시장기를 참아내곤 했지요.

일에 미쳤었고 미친 사람처럼 일했습니다.

 

그런데도 하늘은 무심하게 저를 버렸습니다

하늘이 무너졌습니다. 저에게 청천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이 처참한 현실을 보며 과연 “하느님이 계시는 것인지, 계신다면 어찌 죄없는 사람을 이리도 비참하게 버리시는지...” 울부짖고 몸부림 쳤습니다.

진실은 밝혀지고 정의는 반드시 불의를 이긴다고 하고 사필귀정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 말들이 왜 틀리는지 묻고 물어 보며 가슴을 치고 있습니다.

그래도 대법원은 다르겠지, 대한민국 최고의 기관인데 용기있게 진실을 밝혀 억울함을 벗겨주겠지 하고 기대했건만 결국 ‘제 식구 감싸기’ 식의 자기조직 방어 논리에 급급했습니다. 말도 안되는 현실을 저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분명 하느님은 진실을 알고 계시며 저와 집사람과 그리고 저 파렴치한 자들의 양심은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을 것입니다. 죄 없는 자를 죄인으로 만들어 불명예를 씌우고 군수직을 박탈하고 자유와 생명을 구속하고 거액의 재산까지 빼앗아 가는 이 세상을 어찌 제대로 된 세상이라고 하겠습니까.

공권력이 정의롭지 않게 자행된다면 외롭고 착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은 어찌해야 한단 말입니까.

하늘이 너무도 원망스럽고 야속합니다. 무심한 하늘을 원망하며 사악한 인간세태를 한탄하고 저주합니다. 처참하게 망가져 가는 기구한 저의 운명을 스스로 위로해 보며 가혹하고 비정한 천운을 슬퍼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정든 군민들 곁을 떠나야 하는 이 참담하고 황량한 현실을 어떻게 해야 할지 황망하기만 합니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일 했습니다

조용하던 괴산군에 육군 장교의 93%를 양성하는 동양 최대의 학생군사학교와 5000명에 이르는 중원대가 개교를 하고 연간 150만명이 찾으며 전국적 관광명소가 된 산막이 옛길이 지역 경제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유기농 엑스포를 개최하며 괴산군을 친환경 유기농업의 본거지로 만들었고 유기질 퇴비 시설과 가축분뇨 자원화 시설로 자원순환형 농·축산업 기반 구축 사업을 마무리 하는 단계이며 절임배추, 대학찰옥수수, 고추, 감자는 전국 최우수 농산물로 육성됐습니다.

바다가 없는 곳에 수산식품 산업거점 단지와 수산시장, 내수면목장사업이 추진되고 있습 니다.

1·2·3차 산업을 융·복합한 6차 산업모델로 성불산 산림생태휴양단지와 소금랜드가 개장돼 관광객이 모여들고 있고 버섯랜드와 꿀벌랜드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농촌마을 권역권사업이 진행됐고 전통농촌문화를 재현시켜 한국을 대표하는 ‘충청도 양반길’이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득과 인구를 증가시키고자 4대 산업단지 발효식품단지 10만평에 기업체 입주가 끝났고 대제산업단지 26만평도 일부 기업이 입주되고 있고, 유기식품클러스터 단지 21만평에도 기업입주와 근로자 주택이 건설되고 있고, 첨단산업단지 13만평에도 진입도로가 개설되고 있습니다.

주요 국도(19·37·34번) 확·포장 사업이 느릎재와 굴티재 터널공사와 함께 진행되고 있고 오천 자전거 길이 개통됐고 고향의 강 사업과 동진천생태하천사업과 압항천, 고마천 등 주요 하천 공사가 준공되고 있습니다.

노인회관·보호회관과 보훈공원, 장애인복지관이 세워졌고 괴산읍 정비와 소나무 숲을 조성했습니다.

국립 호국원 조성공사가 시작됐고 동해와 서해를 연결하는 동서 5축 고속도로가 괴산을 통과하도록 설계중이며 연풍에 괴산 철도역이 들어서게 되고 미니복합타운 사업이 확정되면 주택문제가 해소되면서 발전의 초석이 되는 사회간접자본시설이 일단락 될 것입니다.

이 모두가 군민들의 열정과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제 여러분 곁을 떠나면서 간절한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군민여러분. 여러분 곁을 떠나면서 부탁드리는 것은 저의 마지막 충정이오니 깊이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첫째, 하루 속히 생활권 통합을 이뤄야 합니다.

군민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합심 단결해 음식점이든, 술집이든, 상점이든 괴산군에서 이용해 주시고 관내 학교를 보내 주시고, 사리·청안농협 조직을 독립시키든가 괴산군 농협으로 합병하고 연풍 신협을 수안보에서 독립시켜야 합니다.

둘째, 군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적극 협조해 줘야 합니다.

개인적 입장을 적당한 선에서 주장해야 군이 발전하고 우리와 후손이 잘 살 수 있습니다.

셋째, 소지역주의를 송두리째 버려주십시오.

‘괴산’이란 이름이 모든 사업이나 새로운 고속도로 IC에 표기돼야 합니다. 예를 들면 청천이나 사리에서 추진되는 버섯랜드나 꿀벌랜드를 ‘괴산○○랜드’로 작명해야 하고 현재 중부내륙고속도로 ‘연풍IC’를 ‘괴산IC’로 고쳐야 합니다.

넷째, 각급 지도자를 능력있고 진실한 사람으로 뽑아야 합니다. 특히 군수는 오직 능력있고 참된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렇게 될 때 괴산군은 전국 최고의 활기차고 풍요로운 지역이 돼 오래오래 역사를 이어갈 것입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군민 여러분의 사랑을 가슴깊이 새기고 떠나갑니다.

이제 저는 여러분이 주신 과분한 사랑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긴 옥살이에 들어갑니다.

형기를 끝내면 고향으로 돌아가 함께 웃고 울며 여생을 보내고자 합니다.

제가 재임 중 일부 주민들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군 발전을 위해서 불가피했던 일이었음을 이해하시고 용서해 주십시오.

천추의 한을 남기며 적막한 감옥방에서 외로운 작별인사를 올리려 하니 눈물이 앞을 가려 글을 이어가지 못하겠나이다.

비록 저는 떠나지만 어디에 있든 저에게 주신 두터운 사랑을 죽는 날까지 잊지 않겠사오며, 죽은 후에 혼이 있다면 터럭만큼만한 힘이라도 보태겠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군민여러분

여러분과 함께 있어서 너무도 행복했고 일 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다시 뵈올 때 까지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2016년 12월3일 청주교도소에서 임각수 올림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