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일 만에 186만6천마리…최근 3년 438만4천마리
초여름 돼야 재입식 가능…사육농가 재기 의지 꺾여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충북도내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인해 살처분한 닭·오리 등 가금류가 역대 최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17일 음성군 맹동면 용촌리의 한 농가가 AI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20여일 만인 이날까지 살처분한 가금류가 전체 186만6162마리인 것으로 집계됐다.

살처분 가금류는 닭(9개 농장) 103만357마리, 오리(70개 농장) 69만1705마리, 메추리(2개 농장) 14만4100마리다.

2003년 12월 국내에서 고병원성 AI가 처음 발생한 이후 올해가 가장 많다.

지난해(2~3월) 70만9000마리를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수준이며 AI가 극성을 부렸던 2014년(1~4월) 180만9000마리를 넘어섰다.

올해는 충북에서 AI가 처음 발생한 이후 불과 20여일 만에 2년 전보다 3.2%(5만7000여마리) 더 늘었다. 최근 3년간 AI로 인해 살처분된 가금류는 무려 438만4162마리에 달한다.

AI 확산세를 누그러뜨리러 오리 사육농장 출입통제는 물론 가금류·소유자 이동 제한, 예방적 매몰 처분 등 취해지 않은 조치가 없을 정도로 방역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AI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가금류 사육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3년간 잇따라 ‘AI폭탄’을 맞은 음성지역 농가는 가금류 사육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음성에서 9000여마리의 종오리를 키우던 A씨는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 AI 파동을 겪으면서 올해 오리 사육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재작년 인근지역에서 AI가 발생해 오리를 모두 살처분하고 6개월 뒤 재입식했지만 지난해 다시 당하고 보니 더는 오리를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아 축산을 포기 했다”고 말했다.

충북도 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내년에는 A씨처럼 오리 사육을 포기하는 농가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피해를 입은 농가들의 재입식이 당장은 기약조차 할 수 없다.

AI가 마지막으로 발생한 농가의 살처분이 끝난 날로부터 21일간 추가 발생이 없어야하고 반경 3km 보호지역 내 농가에서 사육하는 오리나 닭에 이상 징후가 없어야 재입식 조건이 갖춰진다.

이 같은 조건을 갖춰야 보호지역이 예찰지역으로 전환된다. 그 이후에도 열흘간 AI가 추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고 일제검사 결과 이상이 없으면 이동제한이 해제된다.

2014년의 경우 AI가 마지막으로 발생했던 농가의 가금류 살처분이 끝난 그해 4월 21일 이후 39일 만인 5월 30일이 돼서야 이동제한이 풀렸다. 재입식 시기를 짐작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AI발생 농가는 입식 시험도 거쳐야 한다. 무더기 폐사가 발생할 정도로 AI에 민감한 닭을 3주가량 사육하면서 검사 결과 ‘음성’ 반응이 나와야 규제가 완전히 풀려 재입식이 가능하다.

방역당국의 지원으로 이 같은 절차가 신속하게 이뤄진다고 해도 살처분 이후 재입식을 하기까지 4~5개월은 족히 걸린다.

이번에 AI피해를 본 음성지역 B씨는 “농장주들은 AI가 터졌다 하면 이듬해 여름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무일푼’ 신세로 지내야 하는 등 생계 문제로 재기 의지가 꺾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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