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일련의 사태가 오늘(9일) 중대 고비를 맞는다. 오후 2시께 헌정 사상 두 번째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이 이뤄지는 것이다.
첫 번째 탄핵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등의 발언과 노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가 뇌물 3000만원을 받았다는 것(후에 돌려준 것으로 밝혀짐)을 문제 삼아 당시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 자유민주연합 의원들이 2004년 3월 12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강력한 반대 저지선을 뚫고 찬성 의결을 함으로써 첫 탄핵이 이뤄졌다. 그리고 2개월여 뒤 5월 14일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을 기각한다. ‘소극적 위법’이 기각의 이유였다. 탄핵소추 당시 국민여론은 탄핵반대 65.2%, 찬성 30.9%였다.
그러나 이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그 결이 다르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했듯 박 대통령은 최순실과 공범관계로 파악됐고, 230만 ‘촛불 민심’은 박 대통령을 주범으로 지목했다.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저런 ‘하잘것 없는’ 것까지 ‘꼼꼼히’ 챙기려 했는지 어처구니 없기까지 하다. 그러고도 적반하장 ‘선의’였다고 강변한다. ‘리얼미터’ 여론 조사에 따르면 현재 박 대통령의 탄핵 및 자진사퇴에 찬성하는 국민은 73.9%에 달한다. 하기야 몇 주째 지지율 바닥인 4%를 기록하고 있는 대통령이고 보면 달리 뭐라 할 말이 없기도 하다.
오늘 탄핵 표결은 국민의 대변자임을 자처하는 국회의 ‘정치적 판단’이 내려지는 것이다. 결과를 낙관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최소한 비박계의 찬성 28표 이상이 나와야 되는데, 그동안 대통령이 던진 ‘신의 한수’에 오락가락 갈지자 행보를 보였던 터라 굳건한 믿음을 보내기엔 부족함이 많다. ‘4월 자진 사퇴, 6월 조기 대선’으로 모락모락 연기를 피우며 막바지 교란작전을 펼치고 있는 친박계의 ‘방패’도 만만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더더욱 없다. 비박계가 표면적이나마 탄핵 찬성 쪽으로 입장을 밝혔고, 친박계의 일부분도 국민의 여론을 살펴 찬성 쪽으로 기울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앞서 이번 탄핵표결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는 것은 5000만 국민의 매섭고 준열한 시선이 국회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의 표를 먹고사는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적 사망선고까지 각오하며 불섶에 뛰어드는 불나방이 되려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정 운영이 안정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선 이번 탄핵이 반드시 가결돼야 한다. 숱하게 드러나고 있는 대통령의 ‘상식 밖의 일’들을 보면, 그러고도 자신의 책임은 남에게 미루고 있는, 게다가 탄핵 이후에도 ‘법적 대응’을 공언하고 있는 ‘사심없는’ 대통령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국민 90% 이상의 명령은 ‘탄핵’이다.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그 가치를 실현하는 단초는 바로 이번 탄핵 가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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