휜 겨울 옛 나루터 솟대처럼 앉은 사람

밀려온 바닷물을 훌쩍훌쩍 봉하는데

갑자기 모래바람이 뒤통수를 후려쳤다

 

뼛속까지 진눈깨비 내려 젖은 푸른 멍들

방어잡이 사내가 소금기로 돌아온 밤

염포鹽浦에 묶인 배들도 꿀렁꿀렁 울고 있다

 

지워진 이름 위에 덮어쓰는 포말같이

굵은 밑줄 그어놓고 내일을 호령한다

여봐라! 꽃돛배*를 띄워라, 방어진方魚津**을 쳐라

 

*꽃돛배: ‘꽃물 들인 돛배’라는 뜻으로 만들어낸 말.

**방어진: 울산광역시 동구 방어진. 고려시대에는 왜구를 방어하기 위한 수로진으로 방어진이라 하였다가 조선시대에 방어가 많이 잡히는 나루터라는 의미로 방어진이라 불렀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