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논설위원/청주대명예교수)

▲ 박종호(논설위원/청주대명예교수)

한국의 국토관리 및 개발을 총지휘하고 있는 국토교통부가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출범한 세종시의 요청을 수용, 산하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 하여금 KTX 세종역 사전타당성 조사에 착수케 함으로써 충청권 특히 충청북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충북의 청주는 지리적으로 국토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고, 경계를 이루고 있는 세종시에는 행정도시라는 이름으로 많은 중앙부처가 자리하고 있는 등의 공간적 특성에다 지구촌 시대의 첨병노릇을 할 수 있는 국제공항이 자리하고 있으며 현재도 유일한 내륙횡단철도인 충북선이 기적소리를 내며 달리고 있는 교통의 결절지(結節地:기능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적 여건에 힘입어 오송은 충북선을 중심으로 ‘X축의 논리’ 하에 경부와 호남고속철도가 교차하고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분기역’이 건설되어 있다. 이 분기역은 전국을 2시간 내에 왕래할 수 있는 특별자치시인 세종시의 관문역으로서 자리매김할 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는 행정의 신속화와 거버넌스(민관의 협치) 및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국외적으로는 장래에 남과 북이 통일이 되거나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날이 오면 한 축은 목포에서 출발한 호남고속철도가 충북선을 타고 동해로, 함경도를 지나 시베리아로, 다시 프랑스 파리를 거쳐 해저터널을 통과하여 영국 런던으로, 또 한 축은 부산에서 신의주로, 이어서 중국의 베이징으로, 실크로드를 타고 인도까지 갈 수 있는 등 유라시아를 하나로 묶게 됨으로써 X축 완성의 가치를 창출함은 물론 사통팔달의 교통수단에 의하여 세계가 본격적으로 하나의 지구촌속에서 생활을 영위하게 되는 효과를 거양할 수 있다. 바야흐로 오송역이 환상적인 세계화 전략의 거점 내지 중심축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오송역이 이러한 환경적 추세와 전략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역할하여야 하는 소이이다. 오송역이 명실공이 국가개발뿐만 아니라 세계화 전략의 중심축으로서 입지하여야 하는 이유이다.
이렇듯 오송역은 한국 교통의 허리역할 뿐만 아니라 세계화의 대동맥으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이는 오송역에게 부여된 시대적 환경적 과제이고 오송역이 가야할 미래좌표이기도 하다. 오송역은 이러한 가능성의 미래를 전제로 설계되고 구축되어야 한다. 도시계획을 수립함에 있어서 천년을 내다보는 분석과 접근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말할 것 없이 세종시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세종역 신설은 이러한 통찰과 관점에서 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종시는 지역이기주의에 입각한 근시안적인 관점에서 세종시 본래의 건설 목적에 맞지 않는 단견적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로서의 여건을 충족하기 위해서세종시는 교통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고 이에는 고속철도 정차역이 필수요건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는 표면상의 주장일 뿐 실제는 중앙부처공무원들의 출·퇴근 편의를 위한 것이다. 세종시의 주장대로 행정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 세종역이 신설되어야 한다면 현재의 이춘희 시장이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장으로서 세종시를 설계할 당시에 계획안으로 상정이 되어 타당성 여부에 대한 밀도 높은 검토와 분석이 선행되었어야 했다. 그런 과정을 건너 뛴 뒤에 이제 와서 세종역 신설을 주장하는 것은 세종시의 수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에서 주요직책을 맡았던 인사로서의 적절한 행보로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오송 분기역에서 세종시까지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라는 점에서 세종전철역은 적정 역간 거리를 위반하는 것이 되고 고속철을 저속철로 만드는 것이 되며 분기역인 오송과 공주 남부역의 이용객이 급감하게 됨으로써 천문학적인 국가재정을 낭비하는 것이 된다. 이는 무계획적 난개발을 취함으로써 국토의 생명성을 약화시키고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것임은 물론 제2종의 정책오류(그릇된 대안을 옳은 대안으로 선택하는 오류)를 범하는 반 지역개발행위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세종역의 신설 구상 및 계획은 종국적으로 국토를 난도질하는 것이 되고 세종시의 성장동력, 전국 교통체계의 능률성, 지구촌 공생전략 등에 역행하는 것이 된다.
국토부는 국토개발의 기초지식부터 습득하여야 한다. 국토의 생명성, 효율성 미래성 등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어 지역이 공간으로서의 가치와 주민의 행복지수를 고양할 수 있는 개발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이론과 지식 및 원리 등에 맞게 접근하여야 한다. 세종시는 별도로 세종역 신설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이미 정차역으로 건설되어 있는 오송역(북쪽 지역 세종시 접근 인구 및 수요의 충족) 공주 남부역(남부 지역 수요 충족)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교통체계를 구축하면 된다. 국토부의 국토개발관 재정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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