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9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현직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것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이어 헌정사상 두 번째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유가 공직선거법위반으로 단순했다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유는 다양하고 복잡하다.
노 대통령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것은 모두 다하고 싶다” 등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지지발언을 한 것이 문제였다. 반면 박 대통령의 직접적 탄핵사유는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이다.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는 13개 헌법조항 및 원칙 위배, 뇌물죄·직권남용·강요죄 등 범법행위가 열거됐다. 부패, 사익추구, 인사전횡, 정경유착 등 권력형 비리가 주된 탄핵사유다. 그만큼 위중함을 보여줬다.
여론도 극과 극이다. 박 대통령의 탄핵이 시민의 명령이었다면 노 대통령은 의회 다수세력이 정략적으로 쫓아낸 폭거에 의한 것이었다. 탄핵역풍은 당시 신생정당인 열린우리당에게 과반의석을 쓸어담는 승리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탄핵을 주도한 당시 한나라당은 참패했고 이번 탄핵에서도 새누리당 역시 분당 등 존폐기로에 섰다.
박 대통령 탄핵안의 압도적 가결은 촛불민심의 승리다. 권력의 주인인 시민들이 헌정질서를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대통령에게 준엄한 심판을 내린 것이다.
촛불민심은 단지 박 대통령 탄핵만을 원한 것이 아니었다. 탄핵은 임시 극약처방일 뿐 민주주의, 민생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갈망이 담겼다. 보수냐, 진보냐의 진영싸움도 아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보여준 우리사회의 불평등, 불공정, 불의를 불살라 버려야 한다는 기폭제였다.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가 전달된 이날 오후 7시3분 박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고 대신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헌법재판소는 180일 이내에 탄핵안 심판을 해야 한다. 재판관 9인중 6인이 찬성하면 박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후임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공을 받아 든 헌재는 탄핵심판을 조속히 마무리해 국정 혼란을 막아야 할 막중한 책무를 안고 있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다고 국정이 흔들려선 안된다. 아직도 국민들은 박 대통령을 향해 국정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은 스스로 물러나는 길뿐이라며 즉각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탄핵이후의 나라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숙제를 안았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는 대통령 직무정지라는 비상상황을 직시해 국정전반을 누수없이 챙겨야 한다. 특히 지금의 국내상황을 오판한 북한이 다양한 형태로 도발해 올 경우를 가상해 안보태세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 그러면서 모든 부처가 근무기강을 엄정히 하고 맡은 바 직무를 흔들림없이 추진하도록 중심을 바로잡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도 눈앞의 차기 대선판 이해득실만 따질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헌정파괴로 무너진 민주주의의 회복에 나서야 한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나라,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다. 박 대통령 탄핵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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