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 재판관 2∼3명 지정…국회와 법무부에 의견서 제출 요청·TF 구성

(동양일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는 12일 재판관 회의를 열고 다음주 변론 준비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준비절차' 전담 재판관 2∼3명을 내주 지정한다. 준비가 끝나면 변론기일을 정한다.

헌재는 또 탄핵심판 소추사유 가운데 일부 사유만 떼어내 선별적으로 심리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심리를 신속히 진행하되 소추사유는 전체적으로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절차적 정당성 등을 확보하고 충실한 심리를 하기 위한 취지다.

이에 따라 일각의 주장처럼 일부 사안만 떼어내 너무 이른 '조기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준비절차란 변론에서 심리를 집중적,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미리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다. 헌재법상 헌재는 준비절차를 시행할 수 있다. 사건이 복잡할 경우 쟁점과 증거를 미리 정리하고 난 뒤에 효율적 변론을 하기 위해서다.

헌재 실무상 재판장(소장)은 통상 2∼3명의 전담 재판관을 '수명 재판관'으로 지정해 준비절차를 맡긴다.

준비절차 전담 재판관은 준비절차기일을 지정해 당사자의 대리인을 불러 주장과 증거를 미리 청취하고 쟁점을 정리한다. 헌재는 전담 재판관이 정해지는 대로 2∼3차례 준비절차기일을 열어 본격적인 변론을 준비할 방침이다.

헌재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때는 별도의 준비절차 없이 바로 변론에 들어갔지만, 이번 사건은 쟁점이 복잡하고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에서 준비절차 기간을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국회와 법무부에 각각 탄핵심판에 대한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헌재법은 심판과 관련해 관계기관의 의견이 필요한 경우 의견서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요청을 받은 기관이나 개인은 헌재가 정한 기한까지 의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헌재는 노 전 대통령 사건 때는 국회와 법무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당시 국회는 탄핵심판 인용 의견을, 법무부는 기각 의견을 각각 낸 바 있다. 선관위는 별도의 의견이 없다는 답변만 보냈다.

심리에 속도를 내기 위해 헌재는 소속 헌법연구관 20여명 안팎으로 구성된 탄핵심판 전담 태스크포스(TF)팀도 가동하기로 했다.

한편 헌재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탄핵 소추사유 선별 심리가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헌재 관계자는 "탄핵심판은 변론주의가 적용되기 때문에 당사자가 주장하는 쟁점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선별적 심리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선별 심리 여부와 관련해 "소추사유를 (여러 개) 주장했는데 판단을 안 할 수 없다"며 "청구인이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데 (이 부분은) 왜 안 하느냐고 그럴 수도 있지 않으냐"며 "우리가 직권으로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 측은 "심리를 신속히 하기 위해 준비절차를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주어진 여건에서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변론주의는 사실과 증거의 수집, 제출 책임을 당사자에게 맡기고 당사자가 수집해 변론에서 제출한 소송 자료를 재판의 기초로 삼는 민사소송의 대원칙이다. 헌재 심판에선 헌재법 규정이 적용되고,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일반 절차에서는 민사소송 법령을 준용한다. 여기에 덧붙여 탄핵심판에선 형사소송 관련 법령을 준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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