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란계 살처분 공급물량 부족 대형마트 3~5% 인상
마트 계란판매량 제한…작황부진 월동채소 수급 ‘빨간불’

▲ 전국적으로 AI(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해 살처분한 가금류가 급증하면서 계란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12일 대전의 한 대형 마트에 계란 '1인 1판' 안내판이 붙어 있다. 이 매장은 계란 물량을 맞추지 못해 하루 판매량을 300판(1판 30개)에서 200판으로 줄였다.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채소·계란값 상승으로 인한 서민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작황 부진으로 인한 월동채소 수급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가격 폭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계란은 고병원성 조류독감(AI)으로 인한 전국 산란계 살처분으로 공급량이 대폭 줄면서 이미 지난 8일부터 전국 대형마트들이 3~5% 인상했고 일부 마트는 1인당 1판으로 제한 판매에 들어갔다.▶9일자 4면

1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지난 6일 당근 도매가는 20㎏당 6만6943원으로 전년 동월(1만8460원) 대비 무려 262.6% 급등했다. 이는 작년 한 해 평균값보다도 220% 높게 형성됐다.

당근 파종기였던 초가을 당시 폭염이 계속되면서 파종이 일부 지연되는 등 차질을 빚었고 지난 10월 초 태풍 ‘차바’가 겨울 당근의 주산지인 제주와 남부지역을 강타하면서 출하량 부족을 겪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관련 농가에선 이달 가을과 겨울 당근을 포함한 전체 출하량이 50% 가까이 줄어들면서 제주지역 당근이 본격 출하되는 하순부터는 가격이 최대 7만7000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양배추도 사정은 비슷해 지난 6일 기준 8㎏당 1만4035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45.3% 폭등했다. 양배추 1포기당 보통 2㎏인 점을 감안하면 포기당 3500원 꼴이다.

같은 날 배추는 포기당 도매가격이 약 2500원에 거래됐다. 한 때 배추 값이 폭등하면서 ‘양배추 겉절이’가 대체재로 큰 인기를 끌었으나 이제 배추보다 더 ‘금값’이 된 것이다.

무는 김장철이 끝나감에도 지난 6일 기준 전년 동월대비 175.3% 치솟았고, 감자와 대파, 마늘도 각각 21.1%, 24.1%, 9.5%씩 급등했다.

이 중 월동 무는 생육기인 지난 10~11월 잦은 비 등으로 일조시간이 평년(186시간) 대비 42% 줄면서 작황이 부진해 가격 오름세가 내년 초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가격이 내린 채소는 양파(34.7%↓)와 건고추(27.5%↓) 등 일부 품목에 그쳤다. 양파와 건고추는 다른 품목과 마찬가지로 올해 생산량은 예년보다 줄었지만 저장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소비가 부진해 재고량이 많아 가격이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AI로 살처분 된 산란계 수 급감으로 계란값 인상도 가시화되고 있다.

㈜농협충북유통 하나로클럽 청주점은 지난 8일 신선란 특란 10구를 2980원에서 3080원으로, 신선란 왕란 10구를 3080원에서 3180원으로 각각 소매가를 3.14%(100원) 인상했다.

이날 이마트를 비롯한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계란 소매가를 5% 안팎 인상했다. 특란 기준 계란 도매가는 10개당 1418원으로 전년 평균대비 4.6% 인상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학교들이 방학 기간이어서 계란 수요가 많지 않아 당장은 수급에 큰 차질을 빚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AI가 사상 최대 피해를 낼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데다 도살 처분된 가금류의 70% 가까이가 산란계인 만큼 사태가 장기화되면 ‘계란 대란’ 발생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실제 일부 대형마트는 계란 가격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창고형 매장 ‘트레이더스’의 경우 전국 11개 지점 모두 지난 8일부터 1인당 계란 구매 수량을 한 판(30개)으로 제한할 정도로 수급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트레이더스 계란 한 판 가격은 5810원으로 대형마트 동일 상품보다 10~15% 싸다.

농식품부는 조만간 AI 확산에 따른 계란 가격 전망과 수급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AI 발생지역에서의 가금류 반출을 금지시키고 산란계 농장에 대한 방역활동 강화에 나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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