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AI)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16일 충북 음성지역에서 최초 의심신고가 들어온 지 26일 만에 전국적으로 살처분된 가금류가 1000만마리를 넘어섰다.
이는 AI 피해가 가장 컸던 2014년 100여일 만에 1400만마리가 살처분된 것보다 빠른 속도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AI를 막기 위해 강력한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다지만 역부족이다.
충남 천안에서 12일 오전에만 또 2건이 추가 발생했다. 전날 밤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관성리 산란계농장에서 폐사한 닭이 AI 양성판정을 받은 데 이어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서북구 성환읍 도하리 연암대 실습농장 양계장에서도 AI가 확인됐다.
천안시는 병천면 양계장 닭 4만여마리에 대한 살처분작업에 착수한데 이어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연암대 농장에서 사육중인 닭 10만5000여마리의 살처분과 달걀, 사료, 각종 오염물질 매몰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두 시간 뒤인 낮 12시 30분께 동남구 목천읍 소사리 한 양계농장에서 생후 43주가량 된 닭들이 잇따라 폐사, AI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돼 가축위생연구소 관계자들이 간이검사를 진행해 AI 감염을 확인했다.
시는 외부인들의 농장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기르고 있는 산란계 2만8000여마리에 대한 살처분 준비에 들어갔다.
충남은 천안과 아산지역에서 이날 현재 140여만 마리의 가금류가 도살 처분됐거나 진행 중이다.
충북지역 가금류 살처분 규모도 209만마리를 넘어섰다.
이날 현재 충북도내 살처분 대상 가금류 농장은 87곳이다. 닭(14곳) 124만9657마리, 오리(71곳) 69만7441마리, 메추리(2곳) 14만4100마리 등이다.
지자체와 가금류 사육농가는 해마다 AI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의 노력에도 불구, 번번이 방역망이 뚫린다.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의 경우 무차별로 급속 확산되는 AI를 보면 혼란스러운 탄핵 정국에서 방역 작업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제는 매년 되풀이 되는 AI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처해야 한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AI와 관련한 휴업보상제 실시 및 방역세 신설을 정부에 강력히 건의하라고 지시했다.
내년부터 겨울철 3개월간 입식을 금지토록 하는 대신 휴업보상제 실시를 정부와 협의해야 하며 관련 기업이 납부한 방역세로 특별회계를 만들어 살처분 비용이나 보상비용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농가는 AI 피해가 발생하면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대고 있다. 이는 방역에 대한 매뉴얼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매뉴얼마저도 따르지 않는 등 평상시 관리상태가 부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가의 방역수칙 준수와 위생 관리는 AI 예방과 확산을 막는데 가장 중요하다. 세심한 관찰과 빠른 신고, 농장소독 생활화, 닭과 오리 사료차량 분리 등 기본부터 충실해야 해마다 되풀이되는 AI 재앙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위기의식을 갖고 살처분이 아닌 보다 근본적이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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