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김재옥 기자)얼마 전 동창모임에서 만난 친구는 이미 한번 육아휴직을 쓴 아내를 대신해 회사에 육아휴직을 신청했다가 부서장에서 “휴직을 하려면 퇴사를 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푸념했다.

대기업 사원인 그 친구는 “육아휴직을 쓰면 승진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가족친화 인증을 받은 기업인만큼 회사에서 받아드려 줄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면서 “공무원 외에는 쓰기 어려운 남성육아휴직제도가 정말 실효성이 있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남성 육아휴직자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아직도 여성에 비하면 미미한 규모다. 직장 어린이집이 설치된 곳은 의무 사업장 중 절반에 그쳤고 중소업체에선 육아휴직제도, 배우자 출산휴가가 도입되지 못한 곳이 다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016 일·가정 양립지표'를 보면 지난해 낮 동안 자녀 양육을 기관에 맡기는 경우는 49.0%, 어머니가 돌보는 응답자는 41.3%로 나타났다.

어머니가 일하는 경우에는 기관에 맡기는 비율이 65.9%에 달했다. 그다음으로는 일하는 어머니 자신(10.9%)이나 외조부모(8.5%)가 아이를 돌보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육아휴직 사용자는 8만7372명으로 13.7% 증가했지만 남성은 4874명에 그쳤다.

남성 육아휴직자는 2005년 208명에서 23.4배 확대됐지만 아직도 여성(8만2498명)의 17분의 1 수준이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사용자는 2061명으로 1.8배 증가했지만 이 제도를 활용한 남성은 170명, 여성은 1891명으로 집계돼 사실상 실효성이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남성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실행은 긍정적이지만 이 제도를 원하는 남성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 마련이 수반돼야 한다. 자신의 휴직이나 단축근무가 동료직원의 업무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등 다양한 마련의 지원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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