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기(편집국 부장/천안지역 담당)

▲ 최재기(편집국 부장/천안지역 담당)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전국적으로 1400만 마리를 넘어서며 사상최대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12일 서울청사에서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AI 관계 장관 회의를 갖고 '전국 단위 일시 이동중지(Standstill)' 명령을 발동했다. 이에 따라 전국의 가금 관련 시설ㆍ차량 등은 일제 소독을 받고, 13일 0시부터 15일 0시까지 48시간 동안 가금류 관련된 사람, 차량, 물품 등은 이동이 제한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4일 현재 살처분 가금류는 1066만9000마리로 집계됐고, 378만 마리가 살처분될 예정이다. 역대 최단기간 최대 피해다. 이는 역대 AI 피해가 가장 컸던 지난 2014년에는 195일 동안 1396만 마리가 살처분된 기록을 갈아치운 수치다. 피해 규모를 볼 때, 충북도와 충남도는 경기도에 이어 두 번째, 세 번째로 피해가 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늦장대응이 확산을 키웠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정국을 감안하더라도 정부의 대응이 너무 미흡했다. 또 지자체와 농가의 방역인식이 해이해진 점도 거론하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는 AI 메뉴얼을 따르지 않거나 허위로 보고했다고 한다. 지자체의 안일한 대처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방역당국과 지자체에만 방역을 의존하는 일부 농가의 방역인식도 또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AI 위험지역인 천안시는 일선 읍면동사무소 직원들이 일손이 부족한 방역활동에 동참하거나, 철새도래지인 갈대숲을 직접 태우고, 가금류 사육농가들이 자체방역대를 만들어 방역에 나섰지만 AI를 막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고삐를 바짝 조여 기존 발생지역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고, 아직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못한 영남과 제주 등 청정지역에 대한 방어시스템을 짜야한다. 아울러 경보단계도 ‘위기’ 단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 심각 단계로 상향되면 전국주요도로에 소독시설이 설치되고, 전통시장 등의 가금류 판매시설 폐쇄 명령이 가능해진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탄핵사태로 인해 정국이 요동치고는 있지만, AI사태야말로 대통령권한대행 체제하에서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할 또 다른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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