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해도 너무 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정상의 비정상화’를 위해 그동안 박근혜 정권이 벌인 국정농단과 민주주의 파괴의 정도가 일반적 상식을 뛰어넘고 있다.
특히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위 4차청문회에서 드러난 내용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철저하게 파괴해온 내용이어서 그 충격의 강도가 심했다. 이날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박근혜 정부의 언론통제와 대법원장과 민간인 사찰, 정윤회씨의 부총리급 공직인사 개입 의혹 등을 폭로했다.
조 전 사장이 이날 밝힌 내용 가운데 가장 폭발력이 큰 내용은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과 법원장급 인사에 대한 사찰을 자행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헌법에 보장된 삼권분립을 뿌리까지 뒤흔드는 초유의 사태로, 그 파장은 메가톤급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과 판사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폭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헌법상 삼권 분립을 매우 심대하게 침해한 것”이라며 “강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법원들도 문명국가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 군사 독재정권 시절로 회귀하는 것, 수장인 대법원장의 약점을 잡아 사법부를 길들이려는 매우 위험하고 어처구니 없는 행위라며 단호하고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박영선 더민주당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최순실씨의 녹음파일 내용을 보면 최씨는 독일에서 귀국 직전 지인을 통해 SK그룹에 대한 K-스포츠재단 출연 강요 등의 사실을 은페하려 했음을 알수 있다. 더 나아가 사건을 조작하고 위증하게끔 ‘지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련의 지시가 이미 정현식 전 K-스포츠 사무총장에 먹혀들어갈 상황이 안되자 ‘큰일 났다’고 말한다. 자신이 그동안 저질러온 국정농단의 행태가 얼마나 위중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화여대 정유라 특혜와 관련해서도 증인들은 위증을 일삼거나 모르쇠로 일관했다. 입학 과정과 학사 과정에서 엄연하게 특혜를 받은 정유라 개인은 있는데 그 특혜를 주었다며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교수라는 직책에 책임감을 갖고 고매한 교육자로서의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할 수 없는, 수준 이하의 변명만이 뒤를 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교수란 직책은 교육적 철학도 없이, 누구도 넘볼수 없는 ‘철밥통’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일련의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조특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날 국조에 채택된 증인의 절반 가량이 출석을 하지 않았다. 그나마 출석한 증인들 가운데 대부분은 위증 혐의가 짙은 대답을 내놓았다. 지금이라도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동행명령권 발동에 응하지 않는 증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위증을 한 증인에 대한 법적 형량을 크게 높여야 된다. 그래야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를 무시하고 안하무인으로 버티기만 하는 파렴치한 증인들의 ‘민낯’을 국민 앞에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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