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성과 긍정적…최순실 게이트 연루 악재

(동양일보) KT의 정기 임원 인사를 앞두고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 황창규 회장의 거취 문제에 관심이 쏠린다.

16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주 직원 인사에 이어 조만간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는 황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단행하는 마지막 정기 인사다.

황 회장은 현업에 집중하며 연임 여부와 관련해 말을 아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일 정기 이사회에서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회사 안팎에서는 연임에 무게를 두던 황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로 발목이 잡힌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황 회장은 2014년 취임 후 낙하산 인사 근절을 공언해왔지만, 청와대 비선실세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검찰 조사에서 KT는 청와대의 청탁을 받고 '비선실세' 차은택씨의 측근을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앉히고, 최순실이 실소유한 회사에 68억원 규모의 광고를 몰아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황 회장이 연임을 추진한다면 비판 여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이란 점도 부담 요인이다. 황창규 회장은 22일 예정된 국정조사 5차 청문회 증인 명단에 잠정 포함됐다가 불출석 증인 위주로 재조정되면서 일단 제외됐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기 전까지 황 회장의 연임 전망은 낙관적이었다.

황 회장은 재임 기간 대규모 구조조정과 사업 내실화를 통해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 KT는 올해 2분기 연속 4천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지난해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 내부에서는 황 회장이 미래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만큼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연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정권교체기 적절한 후임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연임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황 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서 '최순실 게이트' 연루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반론 역시 사내 안팎에서 만만치 않다.

KT 내부에서는 황 회장이 내년 초 업무보고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연임에 도전할지 여부를 밝힐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황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CEO추천위원회가 그간의 경영 성과와 향후 비전 등을 평가해 재신임 여부를 결정한다.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명으로 이뤄진 CEO추천위원회는 정관에 따라 주주총회 최소 두 달 전에 구성돼야 한다. 주주총회가 통상 3월 말에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1월 말이 기한이다.

CEO추천위원회가 연임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외부 공모나 내부 추천을 거쳐 회장 후보자를 선정한다. 선정된 후보자는 내년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된다.

업계 관계자는 "KT가 'CEO 리스크'를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회사 안팎의 상황을 고려하면 적절한 후임자를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민감한 시기인 만큼 황 회장도 이른 시일 내 연임 의사를 밝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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