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만고만한 초가삼간 혹은 흔하디흔한 기념품들

다 지나치시고 중생대 혹은 쥬라기 때 공룡들 힘껏 눌러 놓은

부용대 절벽으로 가세요. 가서 성급하게 뛰어내린 강물에

눈 씻으시고 천년 시름 퇴적한 모래톱에 맨발을 심어 보세요.

싸아 하면서 시들해지는 바람이 가슴을 파고들거든

꽁꽁 동였던 이야기 보따리도 풀어 놓으시구요. 또 직립의

꿈을 품은 나무들이 마을 쪽으로 머리 꺾은 상심 옆에서

따끈한 다방커피 한 잔 덜덜 떨면서 마셔보세요.

음 그리고…… 그리고 나서 말이죠.

오래 묵은 애인과 헤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살다보면 간혹 어떤 풍경이나 사진 한 장이 사람보다

더 위로가 될 때가 있잖아요. 다시는 그곳에 못 갈지라도

부용대의 강물과 모래톱과 바람과 더불어 회한으로 남은

애인까지 지루한 나날들 아주 또렷한 영상으로 남아 있어

줄 테니까요. 아 참! 그리고 겨울, 하회에 가시거든

제 안부도 꼭 좀 물어봐 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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