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16일 처음 바이러스가 검출된 후 빠른 속도로 번지기 시작해 그동안 AI 청정지역이었던 영남지역에서도 검출돼 전국으로 번졌다.
특히 정부가 AI 위기경보를 심각단계로 격상하고 고강도 방역에 나섰지만 충남 천안지역에서 8일째 확산이 멈추지 않고 있으며 다른 지역도 가금류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잇따라 정부와 생산농가, 관련업계 등에 초비상이 걸렸다.
충북지역은 지난달 16일 음성군 맹동면 오리농장에서 AI발생이 확인된 이후 19일 현재 75개 농장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날 현재 전국 살처분 가금류는 충북 238만535마리 등 1806만5000마리에 달한다.
계란 값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과자와 빵 값도 들썩거리는 가운데 이제까지 피해액만도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기도 안성의 야생조류에서 기존 확인된 H5N6형 고병원성 AI와 다른 형태인 H5N8형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전국의 닭과 오리 농장을 더욱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두 가지 형태의 AI가 국내에서 동시에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H5N8형의 경우 이번에 발생한 AI사태 다음으로 최악의 피해를 냈던 2014년에 발생한 유형이기 때문에 두 가지 유형이 동시다발로 확산할 경우 방역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실제 현재 방역당국의 강력한 방역조치에도 H5N6형 AI는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농식품부는 이번에 H5N8형이 검출된 지점으로부터 반경 10km를 예찰지역으로 설정하는 한편 가축방역심의회의를 열어 이 바이러스의 유입 경로를 조사하기로 했다.
과거 발생한 H5N8형이 국내에 잠복했다가 이번에 발견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최대한 망라한 조치로 보이지만 대응이 늦었다는 비난은 면치 못하게 됐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역대 최단기간 내 최대 피해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살처분 규모가 1000만마리를 넘어선 것이 불과 26일 만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냈던 2014년 AI사태 때는 195일 만에 1396만마리가 살처분 됐다.
강한 바이러스가 퍼지는 데 반해 정부의 대응은 신속하지 못했고 농가의 방역인식이 약화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탄핵 정국으로 인해 정부가 총력대응에 신속하게 나서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6일 첫 확진 이후 농식품부장관의 국무회의 보고는 엿새 만에 이뤄졌고 총리·부총리협의회에서 AI가 여러 현안 중 하나로 언급된 것은 11월 28일에 이르러서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속도감으로는 빠른 전파속도를 가진 AI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또 농가와 지자체의 방역인식이 해이해진 점도 거론된다.
이웃나라 일본은 지난달 21일 돗토리 현의 철새 분변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자 즉시 위기경보를 최고인 3단계로 발령하고 방역에 돌입해 확산을 막았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면서 철새들의 이동도 더욱 활발해지고 방역 조건은 열악해 진다. 대통령 탄핵 등으로 정국이 혼란스럽지만 일사분란한 대응으로 총력전을 펼쳐 사상 최악의 AI가 더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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