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피부에 와 닿는 생활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가뜩이나 국정혼란으로 서민들 마음이 무거운데 물가마저 큰 폭으로 올라 서민들의 삶을 팍팍하게 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 20일부터 신라면 등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자사의 라면 18개 제품의 권장소비자 가격을 평균 5.5% 인상했다. 대형마트의 라면코너는 가격 인상을 앞두고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국내 점유율 60%를 차지하는 농심의 가격인상 소식은 다른 업체들의 가격 인상을 견인할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 구매에 나선 것이다. 하필 이 시점에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려야 하는지 그 배경이 석연치 않다.
소주?맥주, 콜라, 빵·케이크 제조업체가 가격을 올리자 라면까지 슬그머니 그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소주가 지난 11월말 평균 5.6% 인상된 것을 시작으로 맥주 평균 6%, 라면 5% 인상과 함께 고병원성 조류독감(AI)의 영향으로 계란가격이 급등하는가 하면 동절기를 맞아 신선채소류 가격도 일제히 올라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계란의 경우 AI 차단을 위해 전국 산란계 대부분을 살처분 하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특란 계란 한판(30개)의 전국 평균 소매가는 6365원(농협충북유통 82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8.6% 급등했다. 계란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제빵업계도 계란 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기에 라면값 인상은 서민 생활물가 상승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계란은 이미 10% 이상 올랐는데도 품절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AI가 장기화 되면 그 영향이 다른 농산물에도 파급될 수 있다. 무·양배추·상추는 지난해 12월에 비해 2~3배 올랐다. 겨울채소 산지인 제주도 농가가 지난 10월 태풍 ‘차바’에 직격탄을 맞은 뒤 피해복구가 되지 않아 당분간 고공행진은 불가피하다. 휘발유 가격도 오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감산합의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청주의 ℓ당 휘발유 가격은 1500원대에 육박하는 1458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로 서민들이 금융권 돈을 빌려 쓰는 환경은 더욱 악화됐다. 하루가 멀다 하고 뛰는 주택담보대출금리는 내년 초 연 4%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버는 돈은 늘지 않는데 지출이 증가하니 서민 생활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100만원이 채 안되는 돈으로 한 달 살림을 꾸리는 가계 비중이 13.01%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 사회의 근간을 떠받쳐온 서민층이 무너지고 중산층이 내려앉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소비자 물가는 지난 5~8월 중 0%대에 머물렀으나 11월에는 전년 대비 1.3%로 대폭 상승했다. 앞으로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충청권 5개 시·군 만 봐도 내년 상·하수도 요금이 줄줄이 오른다. 충주시가 상수도요금을 9%, 음성군이 10.4%, 보은군이 33.1%, 대전시 5.26%, 세종시 6%를 인상하고 음성군과 보은군은 하수도요금을 12.8, 72.8% 각각 인상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민생대책점검회의에서 겨울철 서민생활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뛰는 물가를 잡지 못한다면 서민들의 고통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말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는 서민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권도 국가 위기상황에서 더 이상의 편 가르기에 매몰되지 말고 머리를 맞대고 최대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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