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모두 제 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

한철 무성했던 자음일랑 저만치 떨궈내고

형형한 모음의 뼈대 몇 개만을 추슬러

한 그루 감태나무로 서야 할 때

문득 높바람은 눈시울을 씻어 가고

하늘 한복판 일필휘지로 날리는

기러기 떼의 서늘한 서한체

그 삐침과 파임에 골몰하여

밤늦도록 촛불을 밝혀야 할 때

똑, 똑, 똑

조용히 나이테를 두드리며

한줄 한줄 일기를 써야 할 때

그렇게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

묵언의 울림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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