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 박종호(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국정최고책임자의 공사 무분별과 무능 등은 일개 무명의 사인으로 하여금 국정을 농단하게 하였고 급기야는 국정 대혼란을 야기 시키고 있다. 이에 분노한 국민들은 거리로 나와 이를 규탄하고 성토하고 있다.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을 비롯하여 전국 각지에서 ‘대통령의 하야 및 퇴진’을 외치고 있다.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정최고책임자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의하여 탄핵소추 되고 이로써 국무총리가 불가피하게 권한을 대행하고 있다. 더 나아가 국정최고책임자는 헌정사상 초유로 피의자의 처지에서 본인이 임명한 특검으로부터 수사를 받아야 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대에 서야 하는 비극이 연출되고 있다. 국회는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라지만 국정조사라는 이름으로 국정농단 관련자들을 국회로 부르거나 구치소로 까지 자리를 옮겨 국정농단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는 행보를 하고 있고 정당의 여야 합의에 의하여 설치된 특검본부는 수사항목을 성격별로 나눠 책임을 분담하여 범죄 유무 및 죄질 파악에 착수하였으며 헌법재판소는 헌재대로 국정농단의 실태조사 및 공정재판 체계 구축과 재판 등을 서두르고 있다. 주권자인 국민들은 ‘국정농단의 중심에 있는 국정최고책임자와 수족 역할을 한 최순실 등에 대한 행보를 매스컴을 통하여 접하면서 어찌 나라가 이 지경(어이가 없는 국정농단)에 까지 이를 수 있고 이 엄청난 사태는 언제, 어떻게 끝나게 될 것인가를 걱정하며 크고 깊은 한 숨을 쏟아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공무와 전혀 무관한 사인이 국가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등에 업고 각종 이권과 비행을 일삼았고 이것이 매스컴에 의하여 정보폭탄으로 밝혀짐으로써 국정의 쓰나미 및 블랙홀 현상 등을 야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통령 및 정부기관 등의 이에 대한 대처 방식마저 임시방편적이거나 부실하기 그지없다. 국민들은 ’믿었던 사람에게 발등을 찍힌 듯‘ 깊은 허탈감에 빠지고 있다.
국민들은 이 사태에 대하여 관련자들의 진솔한 고백과 정치권의 공동책임의 자세를 기대하였다. 관련자는 물론 정치권 등은 허금(虛襟:순수한 마음과 금도)의 자세로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하는 모습을 바랬다. 그러나 국회에서의 국정조사라는 이름의 청문회에서 진행된 질의와 응답 등의 내용은 이러한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였다. 매우 피상적이었고 변명일색이었다. 말장난에 급급하였다. 오히려 실망감만 키웠다. 시간과 정력의 낭비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수준이었다. 한마디로 본질에 빗나가거나 거리가 먼 접근이었고 언동들이었다.
모든 일이 그러해야 하듯이 공적, 대국민적 사안의 처리는 본질 추구적이고 본질 규명적이며 근원 해결적인 접근과 노력이 요구된다. 절차와 내용이 문제해결에 적합한 것이어야 하고 민익과 역사에 유의미한 것이어야 한다. 영혼이 깃들어 있고 가치 지향적이어야 한다. 한마디로 본질에 맞는 것이어야 한다. 관련자는 겸허하고 정직한 자세로 각기 공인으로서의 책임을 다 하여야 한다.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본인에게 주어진 소임과 책무 등을 소홀히 하였거나 편파적이었거나 불공정 및 공사 무분별적이었다면 대통령은 국민의 큰 심부름꾼인 대공복(大公僕)의 자세로 국민에게 머리를 숙이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이때의 무기는 하늘과 역사 등을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양심에서 우러난 청직(淸直)의 자세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국민으로부터 이해와 관용을 구하여야 한다. 그리고 국회 청문회에서의 질문은 본질과 유관한 것만을 집중적이고 심층적으로 짚어야 한다. oo를 언제 알았느냐를 비롯하여 그 곳은 왜 갔느냐는 등, 대답을 아니 해도 되고 사적인 사무로 볼 수 있는 것 등에 매달리는 것은 청문회의 가치를 저하시키는 것이 된다. 사족에 불과하거나 아무런 실익이 없는 주변적인 사항으로 시간을 끄는 것은 국민에 대한 직무태만인 것이다. 한마디로 본질에 적중할 수 있는 정조준 된 질문의 화살을 쏘아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정농단 정국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 및 국민들의 대처 등을 보면서 우리 모두가 무엇인가 크게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가를 성찰하게 된다.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국정철학 및 의지 등의 미약, 몽매한 공직관, 허약한 리더십, 정치권의 해바라기성 및 책임전가적 행태, 대의가 아닌 군중심리에 편승하는 사회지도층, 헌법과 법률의 절차를 기다리지 못하는 대중의 탈 궤도적 행각 등은 우리들의 진정한 자화상일 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결과가 좋다 하더라도  그것은 본질적합적인 것일 때 생명이 빛나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모든 문제나 사안의 해결은 본질의 시각에서 접근되고 획득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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