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수(취재부 부국장)

▲ 지영수(취재부 부국장)

충북도의회 신청사 건립을 둘러싼 논란이 1년여 만에 재 점화 됐다. 충북도와 도의회가 당초 청주 옛 중앙초 건물을 리모델링 방식에서 전면 신축으로 독립청사를 짓기로 협의했으나 도가 때늦은 뒷북 공청회를 하는 등 갈지자 행보를 보이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 20일 오후 충북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시민단체와 관련 전문가, 공무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도의회 청사 건립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는 행정자치부가 투자 승인을 보류하고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이뤄졌다. 도는 지난해 11월 옛 중앙초 건물을 리모델링해 현재 도청 신관에 더부살이 하는 도의회에 독립청사로 제공키로 했다. 도이회도 이런 제안을 수용했다.
현 도의회 면적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상의 광역의회 청사면적 기준인 9878㎡의 56%(5527㎡)에 불과해 의회 청사 공간이 비좁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도는 옛 중앙초 교사동(4471㎡)을 리모델링해 회의실과 도의원 개인 사무실 등으로 쓰고 본회의장(3080㎡)으로 사용할 건물만 제한적으로 신축한다는 계획이었다.
전체 155억원 투입하는 이런 리모델링 방식으로 도의회 면적은 7851㎡로 늘어난다. 그러나 도는 지난 8월 돌연 리모델링 계획을 접고 건물 전체를 신축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옛 중앙초 건물이 1981년 건축돼 노후화가 진행 중인 기존 교사동 건물을 리모델링 시 사용가능 기간이 짧고 의회건물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려운 건물구조, 내진 성능을 확보하지 못한 기존 교사동 보강을 위한 추가 투자, 도로확장에 따른 교사동 일부 철거가 불가피한 점 등을 들어 전면 철거 후 신축으로 계획을 바꿨다.
1만3525㎡의 옛 중앙초 부지에 1만6161㎡(의회동 7837㎡, 지하주차장 8324㎡) 규모의 지하 1층, 지상 5층짜리 청사를 세우는 것으로 대체된 것이다. 구도심 상권활성화를 위해 운동장 지하에 130억원을 투입, 자동차 252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도 만들 계획이다.
내년 8월 착공해 2021년 8월 완공할 계획인 이 도의회 청사 건립에는 땅값을 제외하고 무려 430억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옛 중앙초 건물을 매입하느라 도교육청에 지급한 84억8000여만원을 더하면 도의회 청사 건립에 들어가는 돈은 514억8000만원으로 불어난다.
리모델링 비용 155억원의 2.8배 규모로 사업비가 늘면서 재정 부담이 커졌지만 도는 지난 9월 행자부에 제출한 투자심사 신청서를 중앙투자심사위원회가 심사해 지난 11월 7일 재검토 지시를 내릴 때까지 신축 계획을 외부에 일정 공개하지 않았다.
충북도의 계획 변경은 중앙투자심사위의 재검토 지시가 내려오면서 뒤늦게 드러났다. 중앙투자심사위는 도의회 신청사 건립사업을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반영하고 리모델링 우선 검토와 도민 의견 수렴 등을 요구했다.
당초 리모델링 및 증축방식으로 추진하다 도민 여론수렴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전면 신축하는 것으로 변경하려다 제동이 걸린 것이다. 행자부에 투자심사 신청을 할 때까지 비밀에 부쳐 밀실 행정이라는 비난도 일었다.
도와 도의회의 암묵적 거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험한 소리도 나왔다.
도와 도의회가 전면 신축 방침을 정한 상태에서 열린 ‘뒷북’ 공청회는 실효성 논란이 적지 않다.
청사 건립에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저비용 계획으로 발표했다가 상당한 규모로 재 정 부담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전면 신축으로 변경 추진하는 것은 ‘밀실행정’, ‘꼼수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신축을 기정사실로 한 채 부분신축과 전면 신축을 야기하는 것은 선택의 간극이 너무 좁다. 단순히 광역시 중에서 충북만 없으므로 독립청사가 필요하다는 논리도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따라서 도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충북도의 도의회 청사 건립에 대한 전면적인 재논의가 필요하다.
단순한 건물을 건축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 도 전반에 걸친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건립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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