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인플루엔자) 환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으나 예방접종하기가 쉽지 않아 아우성이다.
26일 질병관리본부의 ‘인플루엔자 주간 표본감시’에 따르면 지난 12월 11일~17일 전체 독감 의심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61.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에 비하면 무려 77%나 늘어난 수치다. 초·중·고 학생연령인 7~18세의 의심환자 숫자로는 1000명 당 153명에 달했다. 1997년 인플루엔자 감시체계를 도입한 이래 최고치다. 종전 최고치는 2013~2014년 1000 명당 115명이었으니 올해 독감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독감유행은 내년 2월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매년 A형 독감 유행 이후 봄철이면 B형 독감이 확산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히 초·중·고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학부모의 걱정이 큰데, 일부 지역에서는 독감 예방접종을 하기도 쉽지 않아 애를 태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접종 가격이 저렴한 보건소의 경우는 이미 지난 10월 말 일찌감치 백신을 소진했고, 일부 지방의 민간의료기관들은 수요를 예측하지 못해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국가 전체의 백신 확보물량은 부족하지 않지만 지역별로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태다.
충북지역 보건소들도 지난 10월 대부분 백신 유료분을 모두 소진했다.
충북도는 지난 20일 기준 도내 14개 보건소에 782개의 독감 백신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반인 대상이 아니라 모두 65세 이상 노인이나 조류 인플루엔자(AI) 대응 요원을 위한 비축분이다.
병·의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청주시 상당구의 한 이비인후과의 경우 3가 백신은 재고가 남아있지 않고 4가 백신도 10개 안쪽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평범한 독감을 사상 최악의 전염병을 키운 것은 정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감이 학생층을 중심으로 크게 확산한 지 오랜데 정부 차원의 대응이 매우 늦었다는 사실이다.
학령기 인플루엔자 의심환자의 숫자는 이미 11월 셋째 주에 유행기준을 넘었지만, 주의보가 발령된 때는 지난 8일에서였다. 이는 인플루엔자 주의보가 특정 연령대와 지역과는 무관하게 전체 환자 수를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험급여를 인정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어서 이런 기준이 세워졌다는 설명이지만 너무 시대에 뒤처진 방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교육당국은 지난 주 조기 방학을 권장하는 공문을 일선 학교에 내려 보냈지만 이미 전국에 독감이 퍼진 뒤였다. 골든타임을 한참 놓친 전형적인 늑장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전염병 예방기관과 교육기관 간의 유기적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각급 학교가 방학 기간에 들어가기 때문에 학령기 환자가 더 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기는 하지만, 요즘은 방학 기간에도 단체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또 아직은 백신을 맞는 것보다 좋은 예방책은 없으므로 감염을 피하기 위해서는 예방접종을 하고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감염 의심 증상이 생기면 즉시 치료제를 먹고, 다중이 모이는 장소는 피하는 공중위생 예절도 꼭 지켜야 한다.
지금이라도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은 만큼 정부는 적극적으로 유통 차질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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