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우 청주 서원구청 농축산경제과장

 

아침 출근길 안개가 자욱하다. 백제유물전시관 앞을 지나 운천주공아파트 뒤 산 밑으로 구불구불 미로 같은 골목길이다. 울퉁불퉁한 보도 불럭 위로 철지나 찢겨진 낙엽을 밟으며 지난 세월을 되돌아본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30여년의 공직생활. 지난 시간 공직자로서 시민들을 위해, 청주시를 위해 무엇을 하고 무엇을 남겼을까? 과연 청주시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었을까? 어떤 작은 흔적이라도 남겼을까? 청원군 강외면에서 뒤늦게 시작한 공직생활의 시작은 잠시 산업계, 재무계를 거쳐 새마을 담당으로 88년 올림픽 대비 꽃길 조성이었다. 매일 출근하여 길가에 코스모스, 천인국 등 꽃을 심으며 때로는 이것이 공무원으로 하는 일인가 하는 회의를 가지고 시작한 것 같다. 그 후 청원군 농산과, 식산과를 거쳐 청주시 시민과, 산업과, 농업진흥과, 농업정책과 등으로 다시 통합 청주시 출범으로 신설된 원예유통과를 맡으며 새로 조직되어 혼합된 청주, 청원직원들과의 새로운 시작. 많은 문제와 청주, 청원직원 들 간의 반목을 염려하여 잠을 설치며 시작했는데 막상 출발 하고 보니 염려한 것보다 직원들 간 화합도 잘되고 업무도 막힘이 없었다. 모두가 맡은 업무에 자신의 역량을 100% 발휘하며 업무를 추진하여 스스로 놀라울 정도 였다. 모든 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1년이 지날 즈음 생각지도 않던 서원구 농축산경제과로 발령을 받아 1년 반 만에 공직생활의 종착을 앞두고 있다. 모든 인간사가 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라면 처음과 마지막이 제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공직생활의 첫 경험지인 강외면, 마지막 종착지인 서원구 농축산경제과와 통합 청주시 첫출발인 원예유통과에서의 경험이 가장 보람되고 기억에 남는 공직 생활인 것 같다. 흥덕초등학교 앞을 지나 예술의 전당 마당을 가로 질러 야구장 옆을 지나는데 곧 빗방울이 떨어질 기세다. 1년 반 동안 여름에는 손수건이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며 걷고 겨울이면 추위에 웅크리고 걷던 이 길도, 걸으며 마주쳤던 낯익은 얼굴들, 초등학교 앞에서 등교지도 하던 어르신들, 모두가 다시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하니 좀 서글픈 마음이 든다.

부지런히 걸어 사무실에 도착하니 얼굴과 귀는 차가워도 몸은 덥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하루를 시작하며 오늘은 어떤 하루 인지를 기대해본다.

오전에 시작한 겨울비는 하루 종일 추적거리며 내리고 있다.

옛날 초등학교 졸업식 날의 한 장면이 스친다. 빛나는 졸업장을 받은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보내드립니다. 하는 졸업식 노래가 한줄 생각난다. 곧이어 송사 답사에 훌적 이던 여자 친구들과 졸업식 전 날이던가 다과회에서 옆 동네 후배가 구성지게 부르던 시골 영감 여행가는 기차놀이에 차표 파는 아가씨와 실랑이 하네. 뭐 그런 노래인데 선생님들도 웃고 얼마나 웃었는지 기억이 새롭다.

그 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 군 생활 제대 등. 많은 시작과 졸업을 반복하며, 졸업 연습을 한 끝에 낼 모래면 가장 길었던 기간의 30여년의 공직 생활을 졸업하게 된다. 그 졸업 후에는 또 다른 미지의 인생을 시작해야 하겠지... 걱정과 기대가 반복된다. 지난 공직 생활을 돌이켜 보면 어쩔 수 없이 아쉬움도 미련도 남지만 가급적이면 좋았던 일, 행복했던 일만을 기억하려한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는 또 다른 입학에도 행복하게 기뿐 마음으로 시작 해야지. 남아 있는 동료들께서는 나에 대하여 좋았던 일만 기억해주고 나로 인해 불쾌했던 일이 있었다면 바로 잊어주시길 부탁하며, 그동안 저에게 보내주신 과분한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며칠 안남은 올 한해도 마무리 잘하시고 내년에는 더 많은 행복과 풍성한 삶이되길 바라면서 작별 인사를 드립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