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영(유원대 교수)

▲ 백기영(유원대 교수)

20세기 후반을 넘어서면서 세계경제 체제는 정보기술과 정보처리 활동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고도의 정보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정보기술력은 이윤의 증가에 기여하여 국제화를 가속화시키고, 정보산업을 새로운 영역으로 이끌고 있다. 까스텔에 의하면, 이러한 정보사회는 사회적 재분배대신 자본축적을 촉진하도록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 지역과 도시는 생산기능의 분산, 입지의 강한 유동성을 보이면서 혁신적 도시환경에 정보산업이 고도로 집중되는 뚜렷한 공간적 분업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리콘밸리 뿐만 아니라 파리, 보스톤 등 오랜 도시지역에서도 이러한 혁신적 환경이 중요한 생산체계를 특징지우고 있다. 이 혁신적 환경이 현대 자본주의 경제의 원동력이다. 도시를 둘러싼 대조적인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고위 의사결정을 요하는 활동은 점차 집중되지만 그 외 다른 활동들은 국지적으로는 주요 대도시지역 내에서 분산되거나 더욱 광범위하게 세계경제 도처로 분산되기도 한다. 제조업은 과거의 도시산업 중심지에서 흩어져나가고 사무활동도 국지적으로 분산되지만 국제금융활동이나 거래 서비스활동은 몇몇 국가나 도시로 집중되기도 한다. 공장, 사무실, 판매시설 등의 지리적 분산과 금융서비스 산업의 구조조정은 관리차원에서 주요 도시로 집중될 필요를 낳게 된다.
미국 주요도시에서 경제활동의 중심이 제조업 입지지역으로부터 금융 및 고도 전문서비스 중심지로 상당부분 이동했다. 공장의 분산은 오랜 제조업 중심지의 쇠퇴를 가속화시키는 반면 집중된 관리서비스 중심지는 성장을 촉진한다. 세계도시에는 광고, 법률서비스, 금융, 공학 및 건축서비스 등 점차 국제거래가 종사하는 업체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주요 은행이나 본사 사무실 주위로 운집하게 된다. 새로운 분업이 국제적 규모에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그것은 생산물에 근거한 분화가 아닌 생산과정에 기반한 분화이다. 경제활동은 저비용의 입지로 분산될 수 있는 한 분산될 것이다. 제조업부문이 동남아나 중국으로 이동하듯이, 언어와 문화적 장벽으로 제한되었던 서비스산업도 교외나 지방으로 입지를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세계화라고 한다. 재화나 서비스의 이동의 장벽을 낮추거나 제거하는 것은 세계화의 한 부분이다. 고도의 통신서비스가 발달함에 따라 이제는 별 수고를 들이지 않고서도 즉각적으로 정보의 세계적 교류가 가능해지면서 비용은 절감되고 기존 거리의 장벽은 허물어졌다. 거리에 대한 비용이 없는 인터넷의 전파는 금세기에 걸친 기술개발과정의 필연적인 결과이다.
미래에 과연 무엇이 도시경제를 다시 회복시킬 것인가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금융서비스가 기초적인 원동력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 한다. 대신 그 역할은 예술, 문화, 오락, 교육, 보건서비스 등 새로운 부문으로 대체될 것이라 한다. 특히 첨단기술이 창조적인 작업문야와 융합하여 새로운 산업을 탄생시킬 것이다. 멀티미디어, 교육과 오락의 새로운 결합, 가상현실 등 이 모두는 정보의 총체적 디지털화와 방송, 컴퓨터, 통신 등 여러 기술의 융합을 통해 가능해 질 것이다.
계획가들에게 중대한 관심사는 이러한 기술변화와 산업체계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이다. 정보의 흐름이 거리의 종말을 이끌게 되고 결국에는 도시의 필요성을 없애 버릴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신산업분야가 지역에 관계없이 발전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전통적인 산업도시지역에서 성장했다. 여기에는 분명한 원인이 있다. 그들 산업들은 다른 모든 창조적 활동과 마찬가지로 산업간 상호작용과 네트워킹, 일정정도의 집중화된 인구와 산업에 의존하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정보화 시대에 기존 주요 도시의 매력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특수한 정보가 집중되고 교환되며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화의 진전은 도시의 미래에 관한 새로운 통찰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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